지난해 10월 이후 중단됐던 한국과 미국의 쇠고기 수입조건 개정 협상이 11일 재개된다.

이번 협상에서도 연령과 부위 제한을 철폐하라는 미국 측 요구에 우리 정부는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과 내장ㆍ꼬리 등의 부산물을 수입할 수 없다며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타결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양국 의회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뭔가 해법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정부 내에서는 "모두 수용할 수는 없지만 일부는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개방 범위가 조만간 '30개월 미만의 살코기'에서 갈비 등으로 일부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30개월ㆍSRM이 쟁점

미국 측 요청에 따라 11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리는 이번 협상엔 한국에선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 등 7명이,미국에서는 엘렌 텁스트라 농업부 차관보 등 9명이 참석한다.

미국 측은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위험통제국' 판정을 받은 이후 "현행 '30개월 미만 살코기' 수입 조건을 바꿔 OIE 지침대로 소의 나이나 부위 제한을 없애라"고 요구해왔다.

이번에도 이 같은 요구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현행 OIE 권고 지침에 따르면 '광우병위험통제국' 쇠고기의 경우 원칙적으로 나이와 부위에 제한을 받지 않고 교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소의 월령이 30개월을 밑돌면 뇌ㆍ두개골ㆍ척수 등의 SRM도 제거할 의무가 없다.

우리측은 이에 대해 갈비 등 뼈가 붙은 쇠고기의 경우 개방을 검토할 수 있고 단계적으로는 연령 제한 철폐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의 반복적인 수입위생조건 위반과 수입위험평가 과정에서 발견된 동물성 사료 규제 및 이력추적제 미흡 등을 들어 모든 종류의 SRM과 내장ㆍ꼬리 등의 부산물에 대해서는 수입불가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다.

◆FTA 위해 빗장 푸나

한국이 이번 협상에서 전향적인 안을 내놓을 경우 의외로 협상이 쉽게 타결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총선 직후 협상을 전격 시작한 것과 한ㆍ미 정상회담에 쇠고기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되면 곤란하다는 정부내 기류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쇠고기문제가 FTA 비준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쇠고기 개방 없이는 FTA도 없다는 미국 의회의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한ㆍ미 정상회담이 '쇠고기 회담'이 되지 않으려면 대통령 방미 이전에 협상이 타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ㆍ미 FTA를 위해 쇠고기 문제에 대해 우리가 상당한 양보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쇠고기 협상이 타결될 경우 미 의회의 한ㆍ미 FTA 비준도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야 미ㆍ콜롬비아 FTA 문제로 한ㆍ미 FTA는 논의되지 못하고 있지만 쇠고기 협상 타결이 의회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미 행정부의 일정대로 5,6월엔 한·미 FTA 이행법률안도 의회에 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류시훈/김인식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