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총재는 10일 "우리나라 경제 성장이 몇 달 전에 예상한 것보다 상당 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기 상승세가 최근 들어 둔화하고 있는 것 같고 앞으로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런 발언은 경기에 대한 시각이 전달에 비해 한층 부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급등세가 진정될 경우 이르면 5월 중에라도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5.00%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우리 경제를 전망해 보면 국외 여건이 상당히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당초 미국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우리나라 실물 쪽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앞으로는 우리나라 실물경제에도 점차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 쪽에서도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물가에 대해선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목표 범위를 웃도는 꽤 높은 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연말 즈음에는 한은의 목표 범위(3.0%±0.5%) 내로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한다면 원자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물가와 경기, 국내외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며 "현 시점에서 금리정책은 물가상승에서 오는 위험 또는 경기 하강에서 오는 위험 중 어느 쪽이 더 크냐에 따라 판단하고 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이날 물가보다 경기둔화에 대한 강한 우려감을 표명함에 따라 조만간 금리 인하 쪽으로 정책방향이 선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은 "한은이 물가를 이유로 더 이상 경기둔화를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이른 것 같다"며 "금리인하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높은 상황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인플레이션 부담은 완화되는 반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다음 달은 아니더라도 6∼7월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