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제조업체들이 막대한 규모의 이익을 내면서도 투자에는 인색한 탓에 유보율이 높아져 70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된 12월 결산 제조업체 가운데 전년과 실적비교가 불가능한 곳을 제외한 546개 제조업체의 작년 말 현재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유보율은 675.57%에 달했다.

이는 2006년 말 610.80%에 비해 64.7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유보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무상증자, 자사주 매입, 배당 등을 위한 자금여력이 크다는 의미를 갖지만 동시에 투자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기도 한다.

작년 말 현재 조사대상 업체의 잉여금은 358조1천501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1.75% 늘어난 반면 자본금은 53조147억원으로 1.03%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돈을 많이 벌면서도 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2006년 말 694.67%에서 작년 말 787.93%로 상승했으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에 비해서 112.36%포인트나 높았다.

그룹별로 보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의 유보율이 1천488.97%로 가장 높았고 현대중공업(1천398.92%), SK(1천378.26%), 롯데(1천194.98%), 한진(824.99%) 순이었다.

다만 현대차(607.39%)와 GS(574.03%), LG(478.08%), 한화(268.54%), 금호아시아나(128.88%) 등은 유보율이 조사대상 기업들 평균치를 밑돌았다.

기업별로 보면 SK텔레콤(2만6천535%), 태광산업(2만6천64%), 롯데제과(1만9천10%), 롯데칠성음료(1만5천400%), 남양유업(1만4천185%), 영풍(7천817%), 삼성전자(6천387%), BYC(5천595%), 롯데쇼핑(5천467%), 고려제강(5천394%) 순으로 유보율이 높았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작년에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갈수록 심화되고 미국의 경기도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힘들었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투자시기를 조율한 기업들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팀장은 "올해도 대외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나 미국 경기가 3.4분기에 최악의 국면을 통과하고 새 정부의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경우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