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線)이 없는 TV 디자인이 내 꿈입니다."

LG전자가 국내시장에 내놓은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TV '엑스캔버스 보보스(BOBOS)'를 디자인한 조성구 책임연구원(39)은 최근 기자와 만나 "보보스는 TV보다 '가구'에 가까운 제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보보스는 국내 시장에 나온 지 한 달 만에 1만여대가 팔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히트제품.조 연구원은 보보스 탄생과정을 들려줬다.

그는 지난해 초 '이상적'인 TV를 만들기 위해 소비자 조사를 했다.

"화면만 있는 TV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TV는 집안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가구'와 같아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TV는 화면이 되는 유리기판과 그 기판을 감싸는 플라스틱 테두리,소리를 나오게 하는 스피커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모두 없애고 화면만 남기는 것은 '도전'이었던 것.

조 연구원은 조사 결과를 갖고 회사에 플라스틱 테두리를 없앤 TV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TV 개발을 담당하는 기술진이 반발했다.

TV 테두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강력한 접착제 개발이 선행돼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번째 산은 쉽게 넘었다.

마침 LG전자가 2년 전부터 스피커를 TV 내부에 숨기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던 것.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던 '화면만 있는 TV' 완성이 눈 앞에 있었다.

기술적인 문제가 사라지고 나니 디자인 문제가 걸렸다.

그는 2~3개월에 걸쳐 '선을 긋는' 일에 몰두해 현재의 '보보스'를 만들어냈다.

조 연구원은 1994년 LG전자에 입사해 15년간 TV만 다루고 있다.

지루할만 할텐데 "즐겁다"고 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술이 급속도로 바뀌면서 디자인도 그에 맞게 변화를 줘야 했기 때문에 쉴 틈이 없었다고 했다.

조 연구원은 "TV가 잘 팔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람들이 TV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