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이므로 이를 자본이득세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적했다. 손 회장은 4일 낮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승수 국무총리를 초청한 가운데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시점에서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현재 상속세와 증여세를 어떻게 바꿀 지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중소기업에는 매우 중요하므로 좀 더 검토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간담회에 배석한 이현석 대한상의 상무가 전했다.

◆상속세 개편 촉구

이날 간담회에선 '상속세 폐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손 회장은 "현행 상속세는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있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매각,경영권이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스웨덴 홍콩 등 선진국들은 이미 상속세를 폐지했고,미국도 상속세 폐지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상태"라며 "일본 독일 등은 가업상속을 장려하기 위해 상속 주식에 대한 할인과세까지 하고 있는데 한국은 거꾸로 최대 30%의 할증과세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물가불안,자원외교로 돌파구

한 총리는 "현재의 물가불안은 고유가,곡물가 급등,원자재가 인상 등 외생변수에 따른 문제"라며 "프로젝트를 결합한 자원 도입과 함께 아프리카,중동 등으로 한정된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고,외교 인맥을 적극 활용한 자원외교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이용구 대림산업 회장은 "산유국의 '오일달러'가 넘쳐나도 해외에 나가 일하려는 기술인력이 부족해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근로자에 대한 면세혜택을 늘려달라"고 건의했다.

물가 불안과 관련,손 회장은 "고급 사치품에만 부과되는 개별소비세가 산업용 중유와 LNG에까지 적용돼 기업의 원가부담이 매우 높다"며 국내 중유가격이 미국,대만,독일 등에 비해 30% 이상 높은 만큼 한시적이라도 이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방경제 회생대책 시급

전국상의회장단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각 지역 기업들이 겪는 애로를 해소해달라는 요구도 줄을 이었다. 손 회장은 "12만호가 넘는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로 지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지방의 미분양 주택 구입시 1가구2주택 중과세를 면제하고 아파트 전매 제한 등을 폐지해 강력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공항 활성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송인섭 대전상의 회장은 "대전엔 청주공항이 유일한데 시설과 여건이 매우 나쁘다"며 개선을 촉구했고,신정택 부산상의 회장도 "김해공항은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민간비행이 금지돼 손실액만 3000억원에 달한다"며 공항규제를 풀어달라고 건의했다.

삼성특검 장기화에 따른 지방 협력업체들의 경영 차질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한 총리는 "(검찰이 관할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그런 분위기(삼성특검 조속 해결)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 회장과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이인중 대구상의 회장,김정치 인천상의 회장,이승기 광주상의 회장,송인섭 대전상의 회장 등 지방상의 회장 14명과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서민석 동일방직 회장,신박제 NPX반도체 회장,이용구 대림산업 회장,이운형 세아제강 회장,이필승 풍림산업 사장 등 서울상의 회장단 7명이 참석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