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충주 산척면 인등산에 조성된 'SK숲'에 들어서자 하늘을 찌를 듯한 자작나무 가래나무 등이 빽빽하다. 1973년 고 최종현 SK 회장이 직접 심은 이들 나무는 35년의 세월 동안 30㎝ 묘목에서 25m가 넘는 우량목으로 성장했다.

곧게 자란 자작나무 숲이 바람의 방향을 타고 춤을 추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에히 우흐넴,우리 한번 자작나무를 길러보자. 울창한 나무숲을…'. 러시아 민요 '볼가강의 뱃노래' 후렴구가 절로 입안을 맴돌았다.

고 최 회장은 35년 전 민둥산에 나무를 심어 수십년 동안 키운 뒤 인재를 양성하는 장학금으로 쓰겠다며 조림사업을 시작했다고 SK는 전한다.최 회장이 자작나무 가래나무 등 고급 수종을 고집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세대를 뛰어넘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는 착수하기 힘든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 자작나무는 심은 지 60년이 지나야 고급 목재로 결실을 맺는다. 35년 전 나무를 심은 사람도,지금 현재 깊은 산속에서 그 나무를 가꾸는 사람도 결실을 보지 못한다. 자작나무 지름은 1년에 채 1㎝도 늘지 않는다.

SK가 키우고 있는 숲은 이곳 인등산을 포함해 모두 6곳.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4배인 4710㏊에 달한다. 1973년부터 1988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성된 이들 숲에선 460만여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처음 숲을 만들 당시 정부가 산림녹화를 위해 빨리 자라는 상록수를 심으라고 압박했지만 최 회장은 고급 수종인 자작나무 가래나무 호두나무 등을 집중적으로 심었다.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고 맞섰다.

이 결과 1호 SK숲인 인등산(1200㏊)엔 고급목재로 활용되는 가래나무 50만그루와 자작나무 30만그루,고급 건축재로 쓰이는 잣나무와 낙엽송 20만그루 등 100만그루의 고급 수종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1960~70년대 빠른 녹화를 위해 심어진 상록수종은 지금 탄광갱목 수요가 없어져 이쑤시개나 합판 정도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활엽수는 t당 5만원,낙엽송은 1㎥당 9만원의 헐값에 거래된다. 반면 자작나무는 1㎥당 40만원,호두나무는 200만원에 이른다.

특히 고급가구 재료로 사용되는 자작나무는 지름이 커질수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고 권 소장은 전했다. 나무는 16㎝ 이하를 소경목,지름 30㎝ 이하를 중경목,30㎝ 이상을 대경목으로 구분하는데 자작나무의 경우 대경목이 되면 지름이 1㎝ 늘 때마다 가격이 2배 가까이 뛰게 된다.

SK가 현재 지름 30㎝가 넘는 자작나무 대군락을 앞으로 최소 30년 이상 더 키우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계속 이어가기로 한 것.

SK의 나무사랑은 이제 SK그룹의 자부심과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 SK그룹은 인재중시 기업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2003년부터 그룹 연수원에서 진행하는 집합교육 때 신입사원과 경력사원들이 직접 충주 인등산 숲을 산행토록 하고 있다.

충주=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