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속도전'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취임 이후 내세워 온 '실용'과 '현장'에 이어 속도가 또 하나의 '이명박 코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실시된 부처별 업무보고에선 "너무 늦다,빨리하라"고 다그치는 게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세계의 빠른 변화 속도에 맞추지 못할 경우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업무 계획을 짤 때 '상반기 중에 또는 몇 달 안에'라는 목표는 아날로그식 사고"라며 "월간,주간,일간 단위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하면서 속도전에 불을 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장ㆍ차관 워크숍에선 "결론이 나기까진 신중해야 하나,얻어진 결론에 대해선 매우 빠른 속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업무보고 땐 "과거나 오늘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어제보다 오늘이 변하고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달 18일 새만금 사업 현장을 방문,강현욱 전 전북지사가 골프장 호텔 등 공사가 "내년이면 다 된다"고 하자 "내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빨리 서둘러 하라"고 채근했다.

군장 산업단지 공사도 "올해 안에 해야지,약속하라"고 지시했다.

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법에 관련된 것은 속도가 모두 늦는 것 같다.법의 글자 하나 바꾸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더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업무보고 땐 규제 완화 법안과 관련,"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상반기에는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결정사항은 여론에 제시하고 새 정부 첫해에 바꿔야지 그렇지 않으면 과거로 돌아간다"고 다그쳤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점진적 변화는 있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 대통령이 이렇게 '빨리 빨리'를 외치는 배경과 관련,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형식적 절차를 중요시하는 관료사회에 매몰될 경우 임기 안에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늘 따라만 간다면 선진 일류국가를 만들 수 없다.세계의 변화속도에 반 걸음 정도라도 앞서야 한다"고 늘 강조하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