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흔들리는 씨티그룹이 외부에서 구원투수를 수혈하는 등 경영진을 교체하고 조직 개편에 나섰다.

올 들어서도 계속되는 악재의 고리를 끊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분석이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최대 사업부이자 가장 고전하고 있는 소비자전략 사업부의 글로벌 대표로 영국계 금융사 로이즈 TSB 그룹 출신의 테리 다이얼(58)을 영입했다.

다이얼 신임 대표는 웰스파고에서 은행 창구직원으로 출발해 로이즈의 경영진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씨티그룹은 또 글로벌 주식 브로커리지(주식거래 중개) 부문의 신임 대표로 닉 로(42)를 임명했다.

로 대표는 2005년 도이체방크에서 씨티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뒤 유럽의 주식 브로커리지 업무를 총괄해왔다.

기존 공동 대표였던 알리 해케와 톰 테수아로는 씨티를 떠나게 됐다.

씨티그룹은 이번 주 중 소매와 기업금융 부문 구조개편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아시아와 유럽에 소비자와 기업금융을 총괄하는 사업부를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아시아 신설 사업부는 북미 지역을 제외한 국가의 소비자금융 사업을 총괄하는 아제이 방가가 이끌 전망이다.

유럽 사업부 대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같은 행보는 찰스 프린스 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뒤이어 지난해 12월 씨티그룹 사령탑에 오른 비크람 팬디트 회장 겸 CEO의 '씨티 재건 계획'의 일환이다.

씨티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지난해 4분기 98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투자은행 부문에서 6000여명을 정리해고하고 미국 내 지점 11곳과 인도 지점 100여곳을 정리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등은 씨티의 1분기 상각 규모가 100억달러를 넘어서며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했다.

씨티는 1분기 실적을 4월18일 내놓을 예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3년부터 끌어오던 엔론 채권단과의 집단소송 끝에 16억6000만달러를 물어주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씨티그룹은 시가총액에서 지난해 4분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올 들어선 2위 자리마저 JP모건체이스에 넘겨주는 굴욕을 당했다.

씨티는 올해 중 20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팔기로 해 시가는 물론 외형에서도 업계 1위 자리를 내줘야 할 처지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