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증시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도 환율 급등에 따른 업황 개선에 힘입어 IT(정보기술)펀드와 삼성그룹주펀드들이 단기수익률 순위 상위를 석권하며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설정액 50억원 이상인 국내외 공모펀드 3천29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5일 기준 1개월 수익률 상위 15위 중 14개가 IT펀드와 삼성그룹주펀드인 것으로 파악됐다.

1위는 미래맵스운용의 '미래에셋TIGER SEMICON상장지수'로 1개월 수익률이 6.75%를 기록했으며, 삼성운용의 'KODEX반도체상장지수'(6.58%), 우리CS운용의 'KOSEF IT ETF'(5.55%), 하나UBS운용의 '하나UBS IT코리아주식 1ClassA'(5.38%) 등 뒤를 잇는 등 IT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식펀드가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뒤이어 '동양e-모아드림삼성그룹주식 1클래스A'(2.65%),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 2Class A'(2.46%) 등 동양운용과 한국운용에서 운용하는 삼성그룹 관련 펀드 8개가 8~15위를 차지하며 대거 상위권에 랭크됐다.

상위 15위 중 IT펀드나 삼성그룹주펀드에 속하지 않는 것은 6위를 차지한 삼성운용의 'KODEX자동차상장지수'(5.14%)가 유일하다.

이들 펀드는 소속 비중이 가장 큰 유형 펀드인 국내 대형혼합주식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 -1.29%를 크게 웃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47%, 해외 주식형펀드 -9.70%를 기록했다.

이들 펀드의 단기수익률이 이처럼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등과 엔화 강세 영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IT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일본과 대만 경쟁사들에 비해 크게 향상되는 등 업황이 개선되면서, 삼성전자, 삼성테크윈 등 IT 관련주와 삼성그룹주들이 강세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경우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달러로 지급하는 원재료비에 비해 원화로 지급하는 인건비와 연구개발(R&D)비의 비중이 커 환율 급등에 따른 실적 개선폭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은진 에프앤가이드 펀드애널리스트는 "단기수익률 상위권에 오른 펀드 대부분이 IT 업황 개선 수혜주들에 투자한 펀드"라며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상승한 데다 완만한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정부와 물가안정에 무게를 두는 한국은행 간에 시각차가 있어 어느 정도 조정이 예상되지만, 지속적인 달러 약세와 함께 국내 IT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우위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