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펀드시장에 조그만 변화가 일고 있다.

자금이 집중적으로 몰리던 중국과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머징시장에선 자금이 빠지고 있는 반면 글로벌 신용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으로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을 재료로 러시아와 중동아프리카 지역 펀드에 꾸준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국내 펀드시장과는 대조적인 대목이다.

30일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둘째주(5~12일)에 이어 셋째주(13~19일)에도 미국엔 펀드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셋째주 순유입 금액은 한국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4분의 1 수준인 237억달러(약 27조원)에 달했다.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이처럼 미국 시장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는 건 미국 금융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즉 아직 씨티그룹 JP모건 등의 추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태풍의 눈인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구제금융을 통해 무사히 매각된 뒤 이미 미국의 신용위기가 해결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SK증권 안정균 연구원도 "미국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보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며 "베어스턴스 매각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재차 야기됐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등 발빠른 대처로 상당 부분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증권사와 은행 지점에도 미국 등 글로벌 금융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첫 글로벌 금융펀드인 '한국월드와이드월스트리트투자은행주식'을 선보인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외국 금융사들이 국내 금융사들을 싼 가격으로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듯이 미국의 금융주를 싸게 사들일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고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펀드는 모두 3가지다.

한국운용이 지난해 6월 선보인 '한국월드와이드월스트리트'와 하나UBS자산운용과 삼성투신운용이 지난 2월과 3월 각각 출시한 '하나UBS글로벌금융주의귀환주식'과 '삼성글로벌파이낸셜서비스주식'이다.

현재 가장 펀드 규모가 큰 상품은 '한국월드와이드월스트리트'로 설정액이 123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리스크도 없지 않다.

월드와이드월스트리트의 경우 출범 시기가 다소 빨라 베어스턴스 등 금융주들의 주가 하락을 그대로 빨아들이며 상당 기간 손실을 감당해야 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몰빵' 투자보다는 적립식 형태로 수익률 하락 위험을 줄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