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금리를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간 연일 계속되는 공방(攻防)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두 정책 당국이 엇갈린 입장을 밝힐 때마다 외환,주식,채권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전체가 요동치며 몸살을 앓고 있다.

환율과 금리정책에 대한 두 기관의 주장이 워낙 팽팽하니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공방도 한창인 모양이다.

양측의 주장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귀기울여 들어야 할 부분도 많다.

그렇지만 두 당국이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은 누구의 주장이 맞고 틀리냐를 따질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라며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물불 안가리고 시장 안정에 전력투구하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얼마전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오는 것 같다"며 최근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금융통화당국의 최우선 과제는 시장불안을 최소화하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라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정작 시장 안정의 책임이 있는 당국의 최고책임자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시장 불안을 확대 조장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이 그 와중에 골병 드는 것은 기업을 비롯,개별 경제주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지난해만 해도 하루 평균 2원 정도 오르내리던 환율이 요즘 두 당국의 힘겨루기 와중에 하루 20~30원씩 널뛰기를 해대는데 도대체 어느 기업이 제대로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겠는가.

또 기준금리가 앞으로 오를지 내릴지 전혀 방향을 알 수 없는데 어떤 기업이 신규투자를 계획하겠는가.

물론 기획재정부장관이나 한은총재가 환율이나 금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는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때가 때인 만큼 더욱 더 자제하고 말 한마디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모두 다 경제를 살리자는 마당에 정작 정책당국이 무책임한 발언으로 시장혼란을 부추긴다면 성장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놓쳐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銘心)해야 할 것이다.

친기업적인 환경은 규제완화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시장안정으로도 뒷받침돼야 한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는 평범한 격언을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