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 위·변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상장사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어음은 조폐공사에서 발행한다는 점에서 어음 위·변조는 지폐 위조와 비슷한 사건임에도 불구,금융감독원 등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안돼 문제가 되고 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업체 A사의 최모 사장은 지난해 11월 B사에 지분과 경영권을 170억원에 매각키로 계약을 맺었다.

최 사장은 B사로부터 계약금 및 이행보증금으로 현금 50억원과 마이크로닉스(옛 대유)가 발행한 100억원짜리 약속어음을 받고 1차로 회사주식 213만주를 넘겨줬으나,이후 B사가 자신이 넘겨준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받은 것을 알게 됐다.그는 계약 위반임을 들어 B사에 계약을 무효로 하고 주식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B사는 이미 자사 주식을 시장에 판 상태였다.최 사장은 급히 외환은행을 찾아가 어음을 제시하고 지급을 청구했지만 외환은행 측은 위조된 어음이어서 지급할 수 없다고 거부,수십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 어음을 발행한 마이크로닉스는 최근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회계감사를 담당하는 다산 회계법인이 "어음·수표의 발행,자금거래 및 부외부채(우발채무) 가능성 등에 필요한 증거가 불충분해 문서 확인 등의 절차를 실시할 수 없었다"며 감사의견 내는 것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현재 마이크로닉스와 관련된 어음 위·변조 사건으로 신고된 것은 모두 20건으로 액수는 344억원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인 ACTS는 어음 위·변조 사건으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어음을 받은 제지업체들이 발행업체인 ACTS에 지급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이 "전 사주가 개인적으로 발행한 어음"이라며 위·변조 어음으로 처리해 버렸기 때문이다.

또 코스닥 상장사인 엔토리노도 수십억원대의 어음 위·변조 사건이 발생해 회사 신뢰도에 타격을 받았고,보루네오가구 역시 전직 대표이사가 임의로 발행한 300억원대의 어음문제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약속어음과 당좌수표 위·변조 신고는 매월 평균 200건 내외로 금액으로는 300억원에 달한다.

1년이면 수천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내부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회사에서 어음을 악용할 소지가 높지만 감독할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다.

김용준/조진형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