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가을ㆍ겨울 서울 패션위크' 나흘째인 지난 20일 저녁,행사장 안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은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무대 위를 주시했다.

이날 무대 주인공은 바로 이상봉 디자이너.국내외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쳐 수많은 국내외 언론과 바이어 그리고 패션계 입문을 꿈꾸는 학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온 톱 클래스 디자이너이다.

밝은 조명 아래 박진감 넘치는 배경음악이 흘러나오자 카리스마 넘치는 이상봉의 작품을 입은 모델들이 '키메라' 분장으로 나타났다.

'한글 패션'을 선도한 디자이너답게 첫 무대는 한글을 모티브로 사용한 의상들이 장식했다.

'패션의 건축가'로 불릴 만큼 그의 옷은 정교하고 구조적이었다.

이후 매화 자수를 포인트로 활용한 의상들이 등장하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지난 17일 개막한 2008 서울패션위크가 날이 갈수록 뜨거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대개 남성복보다는 여성복의 무대가 관객들의 호응이 크지만 첫날부터 이틀간 진행된 남성복 컬렉션은 '카루소' 디자이너 장광효를 필두로 백화점,홈쇼핑 등을 넘나들며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최범석,송지오 등이 참가해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남성복과 여성복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패션 선진국형' 일정이 올 들어 한층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이다,남성복과 여성복으로 나뉘기는 했지만 디자인 경향 면에선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의상들이 두드러졌다.

이번 서울 패션위크를 정리해 보면 우선 남성복은 더욱 실험적인 양상을 띠었다.

지난해 열린 봄ㆍ여름 컬렉션에선 바지 길이나 전체 기장의 변화로 이런저런 테스트를 했지만 이번 가을ㆍ겨울 컬렉션에서는 재킷의 자유로운 변형을 꾀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칼라ㆍ소매ㆍ어깨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다소 과장된 듯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상의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빅 재킷ㆍ라이더 재킷 등 매우 남성적 아이템들을 선정했지만 실루엣이나 장식에 있어서는 여성스러운 취향을 가미해 독특하고 대담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전반적으로 컬러는 블랙ㆍ네이비ㆍ카키 등 차분하고 어두운 계열이 많았지만 디자이너별로 각각 인상적인 포인트 컬러를 사용했다.

디자이너마다 풀어내는 테마와 디자인은 제각각이었지만 순수하고 아름다운 남성들의 이면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공통분모로 꼽을 수 있다.

인기 디자이너 한상혁이 이끄는 '본'이 불참한 가운데 파리쇼를 그대로 옮겨와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준 송지오,파격적인 무대를 이끌었던 송혜명,감각적인 기성복을 선보인 최범석 외에 이영준 고태용 등 신인 디자이너들의 선전도 눈길을 끌었다.

한편 가을ㆍ겨울을 대비해 여성들은 '컬러믹스' 감각을 조금 더 배워둘 필요가 있다.

이번 여성복 컬렉션에는 전체적으로 톤이 한층 다운된 컬러들을 바탕으로 대담하고 강렬한 컬러를 배합한 의상들로 넘쳐났다.

다소 무겁고 둔탁해 보일 것 같은 가을ㆍ겨울 의상에 강렬한 프린트로 생기를 불어 넣은 박동준,이상봉의 쇼가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컬러만큼 소재들의 다양한 믹스&매치도 이목을 끌었다.

레이스와 모피를 접목시켜 극단적 대비를 보여준 '레주렉션' 디자이너 이주영의 여성라인과 컬러풀한 울 소재에 모피를 장식해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손정완 컬렉션이 여성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와 함께 슬림한 라인에 소매,밑단 등을 극대화한 디자이너들의 드라마틱한 실루엣 감각도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