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고공 행진하던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는 등 심상치 않은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값도 하루 새 온스당 59달러나 폭락하는 등 금속과 곡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상품시장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상품과 곡물값 급락은 원자재 대국인 호주와 캐나다 증권.외환 시장을 강타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4.94달러(4.5%) 급락한 배럴당 104.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일 시간외 거래에서는 98.65달러로 3주만에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급락했다. 4월물 금값도 온스당 59달러(5.9%) 떨어진 945.30달러를 기록해 2006년 6월 이후 하락폭이 가장 컸다.

온스당 1034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한 지 이틀 만에 89달러나 하락했다.

5월 인도분 구리 가격도 11센트(3.1%) 떨어진 파운드당 3.63달러를 나타냈다.

은과 백금은 각각 7.6%,4.1% 추락했다.

옥수수와 콩은 일일 변동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옥수수 5월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3.7% 하락한 부셸당 5.27달러에 거래됐다.

콩 5월물도 3.6% 내린 부셸당 12.57달러에 마감됐다.

지난해 66%의 급등세를 보였던 콩은 지난 3일 최고가 15.86달러를 찍은 이후 2주 새 무려 21% 하락했다.

이처럼 원자재.곡물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선 이유로는 우선 달러 가치 안정에 대한 기대를 꼽을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기대보다 낮은 0.75%포인트만 인하한 것이 상품값을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한스-군터 레데커 BNP파리바 환율전략가는 "FRB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제기한 만큼 향후 금리 인하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 금리가 추가로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아 달러 가치 하락세가 멈추면 상품 투자의 매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현금 확보가 급해진 투기자본의 이탈이다.

베어스턴스 몰락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기관투자가들이 상품시장에서 자금을 빼내면서 대부분의 원자재값이 추락했다.

19개 상품가격을 반영한 로이터-제프리CRB지수도 하향곡선으로 고꾸라졌다.

엔화 가치 상승으로 원자재나 상품시장에 투자됐던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엔화를 차입,고수익 외화자산에 투자하는 거래) 자금이 청산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원자재 수요 자체가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품가격의 하락 압력은 더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자재 투자 붐을 17세기 '튤립 광풍'에 비유하며 거품이 갑자기 빠질 경우 폭락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3년 이후 국제 유가가 228% 폭등한 것을 비롯 △금 168% △구리 407% △밀 238% △콩 110%(19일 기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머징 시장의 수요 폭발로 인한 수급 문제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상품 인덱스펀드 투자액은 지난 10년 새 14배 급증했다.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도 "인플레이션이 심화됐다는 것은 상품가격이 곧 꼭대기에 닿을 것임을 의미한다"며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대표적인 광물보유국인 캐나다의 달러화 가치는 이날 46년 만의 최대 낙폭인 2.19센트 급락,달러당 98.49센트로 거래를 마쳤고 토론토 증시의 S&P지수도 3% 떨어졌다.

호주 증시도 하락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