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남 창원공단 내 중소 전자부품 제조 업체인 A사는 최근 거래은행의 한도대출 건별(3500만원)을 상환하지 못해 연체가 발생했다.

2006년부터 창원공단 내 대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물량을 중국으로 돌리면서 재정 상황이 악화된 이 회사는 올해 원자재값이 폭등하자 영업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이다.

#2.경기 시화공단에 있는 B건설은 부도 위기에 몰렸다.

하청을 받아 진행하던 서울 흑석동 스포츠센터 건설 작업이 주민 반대로 지연되던 와중에 주시공사인 C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공사비로 받은 8건,9억원 상당의 어음이 부도났기 때문이다.

이 회사 D사장은 "은행에선 매일 갚으라고 독촉하는데 C업체의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이 팔릴 때까진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은행권의 중기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최근 환율이 치솟고 원자재값이 폭등하는 등 대ㆍ내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중기발 금융 불안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 시중은행의 중기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99%에서 지난 17일 1.33%로 0.34%포인트나 높아졌다.

1월 말 1.08%→2월 1.30%→3월17일 1.33%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전체 여신의 45%가량을 차지하는 중기 대출의 연체율이 급등하자 이 은행의 전체 연체율도 지난해 말 0.56%에서 지난 17일 0.77%로 올랐다.

또 다른 은행은 중기 대출 연체율이 두 달 새 두 배 이상 뛰어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열린 '금융협의회'에선 은행장들이 높아지고 있는 중기 대출 연체율에 우려를 집중적으로 표시했다.

은행 관계자는 "경기 위축으로 소비가 줄면서 음식ㆍ숙박업 등 소호 부문에서 주로 발생하던 연체가 최근 건설업 제조업 등 중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원자재값 폭등과 물가 불안 등으로 향후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건축업종의 경우 미분양과 철근,시멘트값 폭등으로 공사 자체가 진행되지 못하는 곳이 늘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금융(PF)의 경우 저축은행권뿐 아니라 1금융권에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우선 중기 대출을 줄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5465억원을 대출하는 데 그쳤다.

지난 1월(1조9122억원)의 28%,전년 동기(8273억원)의 66%에 불과하다.

중기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지자 우리은행 박해춘 행장은 최근 "중소기업부문의 연체율 증가가 우려되는 만큼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금융감독 당국도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박창섭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전반적으론 아직 연체율이 낮지만 경기가 나빠지고 원자재값이 올라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며 "내생,외생 변수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 만큼 중기 대출 관련 사항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년보다 68조2000억원(22.5%) 늘어난 37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