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무부 직원들은 한껏 고무돼 있었다.

전날 실시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업무보고 직후 소병철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대통령께서 상당히 흡족했던 것 같다"며 기자 브리핑 내내 희색이 만연했다.

또 다른 한 간부는 "국방부를 제외하고 대체로 질책이 많았는데 어제(19일)는 달랐다"며 "정책을 추진하는 데 탄력이 붙을 것 같다"고 좋아했다.

법무부가 대통령의 칭찬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것은 보고 내용이 이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꿰뚫었기 때문이다.

보고의 1순위는 정치파업 등 불법 집단행동을 엄단하고 시위 주동자는 민ㆍ형사상 책임을 동시에 묻겠다는 '무관용 원칙(zero-tolerance)'이었다.

이 대통령도 모두발언에서 "떼를 쓰고 단체행동을 하는 게 목적 달성에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여전한 것 같다.

경제 살리기는 법질서를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요지의 말을 건넸다.

경제 관련 사안들도 대통령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다.

법무부는 창업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업에 부담을 주는 양벌규정을 개선함은 물론 논란이 있었던 '포이즌필'이나 황금주로 대변되는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에도 발벗고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기업경영에 부담을 주는 갖가지 장벽을 걷어치우려는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법무부의 업무보고는 법무부 직원들의 자평처럼 일견 A플러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법무부가 가야 할 길은 그리 평탄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포이즌필 등 기업경영권 방어책은 이견이 많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지 않으면 중도에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 자금조달 편의를 위해 종전 부동산에 편중됐던 담보물을 동산과 지식재산권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대책 등은 실무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친시장주의자였던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법무부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실천이라는 엔진을 장착하는 것이다.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대통령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보고내용들은 립서비스로 끝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부터 A플러스를 받고 정작 법률 소비자인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F학점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해성 사회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