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자동차. 이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있다. 바로 덴소라는 자동차 부품기업이다.

도요타는 2차 세계대전 때까지만 해도 '고장이 많은 차'의 대명사였다. 1949년 당시 부품사업부였던 덴소가 독립해 떨어져 나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쌓으면서 도요타의 경쟁력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거꾸로 덴소가 연매출 25조원의 세계 최고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도요타의 공정한 파트너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 대기업들은 부품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기업경영의 핵심 전략으로 삼은 지 오래됐다. '경쟁력 있는 부품 없이는 경쟁력 있는 완제품이 있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대기업과 부품기업을 단순한 하청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윈윈(win-win)의 협력관계로 구축해 깊은 상호신뢰를 쌓고 있는 것도 일본 기업들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모범 사례가 바로 도요타다. 도요타는 2000~2003년 중 30%의 원가절감을 추진하면서 여기에서 나온 추가 이익을 부품업체의 납품단가 인상 등으로 철저히 공유했다.

도요타자동차 관계자는 "부품업체에 1000엔짜리 부품을 800엔에 만들어 오라고 하는 건 진정한 원가절감이 아니다"며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을 만들어 줄 것을 주문하는 게 도요타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상생경영 연구를 위해 도요타를 방문했던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경제학)는 "가장 바람직한 상생협력의 모델은 공정한 거래와 성과 분배로 구축한 신뢰를 통해 비전과 철학까지 공유하는 형태"라며 "도요타의 협력업체들은 도요타의 비전과 경영철학을 뼛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