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는 어딜 가나 공간이 비좁다.

거리를 걸어가면 마주오는 사람과 부딪치기 일쑤다.

그러나 홍콩 중원(中文)대에 가보면 '홍콩에도 이런 곳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확 트인 공간과 만난다.

중원대는 토로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빼기에 442만㎡의 캠퍼스를 가졌다.

이 대학은 세계 최초로 컴퓨터를 활용해 가상인간을 만들어내는 등 컴퓨터 분야 등에서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꼽힌다.

이 대학의 캠퍼스에서 오는 5월16일부터 19일까지 아시아지역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창업대회가 열린다.

'아시아대학생 창업교류전'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창업 축제에는 중국의 베이징대 칭화대,일본의 도쿄대 와세다대 게이오대,싱가포르의 싱가포르대 싱가포르경영대 등 아시아지역 최고 명문대학의 학생들과 한국의 창업 희망 대학생들이 참가한다.

이 대회는 한국경제신문사와 중소기업청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KT&G가 협찬하는 이번 창업 대회에서 선발된 창업 동아리에는 최고 2000달러의 상금과 상장이 주어진다.

이 대회에 참가하기를 희망하는 국내 대학생들은 4월3일까지 한국경제신문사 문화전시부 홈페이지(www.detizen.com)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신청하면 된다.

항공료 호텔비 등 참가비는 전액 무료다.

참가 대상은 창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이다.

참가를 원하는 학생은 창업 아이템 또는 발명 아이템 기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원자가 많을 경우 기초생활영어 테스트 및 면접심사를 거친다.

한국창업보육협회가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아시아지역 대학생들이 각자 개발한 참신한 창업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대회는 그동안 중국 베이징대에서 열렸으나 올해부터 아시아지역을 순회하면서 열기로 해 홍콩에서는 처음 열리는 것이다.

창업교류전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지역의 대학생들과 다양한 모임과 토론을 통해 서로의 문화와 경제환경을 이해하는 기회를 가진다.

특히 저녁에 열리는 자유모임에서는 아시아지역 대학생들이 서로 친구가 되어 앞으로 창업을 한 뒤 서로 도와가며 아시아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 진출하자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해마다 이 창업교류전을 처음 시작할 때는 서로 서먹서먹하게 만나지만,떠날 때는 서로 부둥켜안으며 헤어지기 섭섭해 한다.

그만큼 대학생의 순수함과 참신함이 교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기업인이나 회사원으로 만난다면 결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친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창업정보 교류환경 때문에 중소기업청과 KT&G 창업보육협회는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중기청은 대학생과 교수가 창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이달 들어 갖가지 새로운 창업 지원책을 마련했다.

중기청은 먼저 대학의 신기술 창업을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특히 창업보육센터를 중심으로 교수와 대학생이 공동으로 기업을 창업하는 것을 돕기로 했다.

중기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대학 가운데 창업보육센터를 가지고 있는 곳은 224개 대학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창업보육실(Business Incubator)은 4300개에 이른다.

따라서 이들 조직을 확대 개편해 보육센터를 통한 창업 활동을 더욱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기청은 올해 175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한국은 준비된 창업이 많지 않아 실패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생계형 창업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KDI의 조사에 따르면 창업 기업의 5년간 생존율은 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계형 창업 비중이 2005년에는 전체의 53.6%였으나 2006년에는 56.0%로 절반 이상이 생계를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더욱이 교수와 학생들이 공동으로 창업을 하는 이른바 '질 높은 창업'도 매년 줄어드는 상황이다.

교수와 학생이 공동으로 창업하는 벤처기업 수가 2005년 2290개에서 2006년 2022개로 줄었고,지난해 1738개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기청은 대학생들을 해외에서 열리는 창업대회에 참가시켜 보다 참신하고 시장성 높은 창업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또 국내에서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신기술을 활용해 창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우선 대학 및 연구기관의 신기술 창업 펀드를 오는 6월까지 조성,100억원 규모를 지원한다.

앞으로는 창업에 성공했으나 글로벌 시장에 나서지 못하는 기업들을 위해 교포 교수 및 연구원들로 이뤄진 미국 중소기업혁신개발사업(SBIR)에 참여시키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중기청은 또 주식회사의 최저 자본금제를 폐지하고 주식회사 설립 온라인화 등을 통해 기초자금이 거의 없는 대학생도 손쉽게 주식회사를 창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도 곧 마련한다.

대학생들이 홍콩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을 다녀오면 보다 나은 창업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아시아지역 창업 대학생들이 어깨를 겨루는 이 창업 축제는 세계 경제의 중심을 미국에서 아시아지역으로 옮겨오는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