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급락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섰던 연기금이 최근 들어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코스피 지수가 1600선 뚫고 내려섰던 지난주 후반 연기금은 오히려 350억원 가까이 되는 주식을 내다 팔았다.

지수 흐름이 불안한 가운데서도 연기금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1600선은 지켜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17일 현대증권 김영각 연구원은 "가격면에서는 충분히 매력이 존재하는 구간이지만 지금은 낮아진 가격보다 시장 안정이 선결 요건"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매수 구간 이하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이 관망세를 보이는 이유는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중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신뢰도 저하, 미국발 충격 지속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

특히 지난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외환 시장이 연기금 입장에서는 다소 큰 부담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말 원/달러 환율의 평균 시장 전망치는 약 900~920원이었고, 연초에만 해도 930원대에 머물렀던 환율이 1000원 근처까지 치솟으면서 대형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고유가로 인한 물가 부담 가중으로 중국의 긴축 강도가 심해지고 있는데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미국발 충격의 여파를 반영,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 중국에 대한 기대치를 약화시키고 있어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 내외부적인 변화에 따른 불안감이 연기금 등 기관의 전략에도 그대로 투영되며 1600선 부근에서도 관망하도록 만들고 있다"면서 "전반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통해 투자심리가 안정을 되찾기 전까지는 연기금 등의 적극적인 매수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