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6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정철학 공유를 위한 장ㆍ차관 워크숍'에서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가 시대에 맞는 법을 앞질러 만들어 주는 역할이 필요하고 공직자나 기업가,근로자들이 뜻을 모으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ㆍ근로자에 대한 사기 진작 필요성과 공직자들의 창의적 변화를 거듭 주문했다.

'정치적 안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대통령ㆍ장관부터 변화하자"

이 대통령은 30분가량의 모두발언 동안 '위기'라는 단어를 10여차례 사용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안으로 △국민적 단결 △기업인들의 기(氣)살리기 △공무원들의 강한 추진력 등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 때마다 기업이나 노동자 공직자 국민 모두가 하나가 돼 같은 방향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특히 경제활동의 최일선에 서 있는 기업과 근로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근로자들이 힘을 모아주면 기업의 생산성이 10∼20% 올라간다.

그러면 원자재값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상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시절의 경험 두 가지를 소개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중동에 나가 있는 근로자들에게 "여러분은 근로자가 아니라 산업역군이다.

여러분이 버는 달러가 한국경제를 살린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근로자들이 상당한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다.

또 1차 오일쇼크 이후 정부가 수출 실적에 따라 기업에 수입 자동차를 줘 타고 다니게 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형편없던 시절에도 정부는 민간기업을 격려하고 인센티브를 줬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 "결정은 신중하게,일단 결정되면 주저하지 마라"고 주문했다.

또 "경제가 너무 어려워져 내수가 악화되면 결국 중소기업과 서민들 생활은 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며 "이럴 때 여유있는 분,여유있는 기업은 쓸 것은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먼저 변화하고 국무위원,국장 등으로 호수에 돌을 던져 파급되듯 하자"고 말했다.

◆"정치적 안정 필요"

이 대통령은 "새 정부가 탄생한 지 20일가량 됐는데,6개월쯤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언론은 한 1년쯤 된 정권으로 알고 아주 많은 충고를 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는 얘기지만,새 정부 각료 내정자가 3명이나 낙마하는 등 정권 초기의 어려움 때문에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는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이와 함께 "정치적 안정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4ㆍ9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과반 의석을 달라는 호소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야당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워크숍에서 한승수 총리는 '팀워크 내각''블루오션 내각''청백리 내각''머슴내각'을 선진 내각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홍영식/박수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