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금융위원장에 이어 부위원장까지 민간 출신인 이창용 서울대 교수로 임명되자 관가에는 금융감독원장도 민간 출신이 임명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전광우 딜로이트코리아 회장이 위원장으로 발탁됐을 때 부위원장에는 위원장을 업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관료 출신이 기용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파격'이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김용환 금융위 상임위원,권태균 경제자유구역단장,이창용 교수의 3파전에서 관료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으나 돌연 이 교수가 부위원장에 낙점된 것.

금융위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시절을 다 포함해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모두 민간 출신이 맡은 적은 없었다.

다른 부처 장ㆍ차관의 경우 대부분 민간과 관료 출신이 조합을 이룬 것과도 대조된다.

금융위 수장과 2인자를 모두 민간 출신으로 한 것은 금융규제 개혁을 금융산업 선진화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공무원들은 위원장에 이어 부위원장까지 모두 민간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금융 부문에서 그동안 성과를 못냈다는 인식이 깔린 것 같다"며 "금융 쪽 공무원들이 아주 불신을 받고 있구나,뭔가 완전히 바꾸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장 역시 민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 위원장과 부위원장 자리를 모두 민간 출신으로 채운 인사스타일로 볼 때 새 정부가 시장친화적인 금융감독을 위해 금감원장도 민간 금융인을 발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금감원장 후보로는 이우철 금감원 부원장,김석동 진동수 전 재경부 차관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런 분위기라면 민간 출신에서 후보를 찾아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금융위의 1급 자리 4개 가운데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에는 김용환 상임위원과 임승태 국장(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권혁세 증선위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금융위 상임위원 두 자리 중 하나는 민간 전문가,나머지는 내부 출신이 채울 가능성이 크다.

국장 자리의 경우 금융정책국장에는 김광수 국장,금융서비스국장에는 김주현 국장,자본시장정책관에는 홍영만 대변인이 거론되고 있다.

이 신임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른 나이인 29세 때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교수로 임용됐고 34세 때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한국채권연구원에 오래 몸담으면서 현재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기금운용에도 참여해 채권 중심의 기금운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용위원회 자문위원,금융발전심의위원회 정책분과위원,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 위원 등 금융과 정책관련 부문에서 활발히 활동한 참여형 이론가다.

이론뿐 아니라 실무에도 해박하고 일처리가 합리적이며 대인관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