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전 정권 기관장들은 정부 업무보고에 참석하지 말라"며 사실상 사퇴를 우회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과 정부 부처의 계속되는 공개 사퇴 압박에도 불구,노무현 정권의 공기업 기관장들이 '버티기'로 나오는 데 대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임기직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이날 이 같은 입장을 취함에 따라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산하 기관장들 가운데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지낸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참여정부의 핵심에 서 있던 사람들과 국정을 함께 운영해 나간다는 것은 좀 그렇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전 정부 사람들을 업무보고에 참석하게 하는 것은 자칫 '앞으로도 국정을 같이 운영해 가자'는 것으로 잘못 비칠 수 있다"며 "어차피 같이 국정을 운영해 나갈 사람이 아니라면 업무보고에 배석시키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청와대도 관련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는 14일 예정된 문화관광체육부 업무보고 때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정순균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등은 참석하지 말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 차관을 지낸 오 사장은 2007년 11월 임명돼 2010년 11월 임기를 마칠 예정이고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정 사장은 2006년 5월 임명돼 2009년 5월까지 재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구 정권 인사들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새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보건복지가족부 등 앞으로 남은 다른 부처 업무보고 때도 마찬가지로 참여정부 출신 기관장들의 참석을 불허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