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배 지분을 갖고 있는 상업은행(우리금융지주)과 국책은행(산업은행 기업은행)을 하나의 '금융지주회사'로 묶겠다는 구상은 두 가지 차원에서 나왔다.

거대 금융회사를 탄생시킴으로써 금융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빅뱅'을 가속화하고 민영화하기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경영권부터 민간으로 이양하겠다는 것이다.


◆자산규모 540조원 거대은행 탄생

정부는 우리금융지주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주식을 출연해 '정부투자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IB),기타 금융사 등 3개 부문으로 자회사를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부 투자 금융지주회사 프로젝트가 성사될 경우 자산 규모 540조원의 초대형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IB 부문과 대우증권,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계열사 자산을 모두 합치면 세계 30위권에 진입할 수 있는 거대 금융회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 기능이 상대적으로 강한 산업은행과 중소기업 지원 쪽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은행,가계금융과 기업금융을 모두 갖춘 우리금융지주가 합쳐지면 규모 면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효율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라며 "거대 금융회사가 탄생하게 되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반적인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빅뱅' 유도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 해외 매각을 통한 금융 빅뱅 시도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펀드 자금이 외국에서 유입됨에 따라 장기적인 경영 혁신보다는 단기 성과에 치중하고 주가 관리에만 신경 쓰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부 보유 은행의 매각에 치중하기보다는 '경영권을 민영화'해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는다는 계획이다.

정부 투자 금융지주회사를 민간인에게 맡김으로써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정부 투자 금융회사 대표로 옮겨가는 것을 원천 차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정부 소유의 거대 금융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금융업계 전반에 덩치를 키우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덩치가 커지고 경영을 민간에 넘긴다고 해서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느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회사경영연구실장은 "금융그룹 대형화는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다"며 "자산 규모를 늘리는 것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을 너무 도외시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가 커지면 자본이 늘어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사할 수 있고 리스크를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서비스업인 금융업에서는 의사결정 구조와 인력의 질,성과보상 체계 구축 등 소프트웨어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