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12일 각각 서울 종로와 동작을 출마를 선언한 것은 서울에서 정면 승부를 벌여 수도권에서 '쌍끌이 바람몰이'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의 양대 간판인 두 사람이 서울 동시 출마를 통해 한나라당 우위의 전체 선거 분위기의 반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한강을 중심으로 손 대표가 서울의 북부지역을,정 전 장관은 남부지역을 나눠 맡아 18대 총선의 핵심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선거판을 주도해 나간다는 시나리오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정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종로에 출마해 서울 북부벨트를 맡을테니 정 전 장관이 남부벨트를 맡아달라"고 요청했고,정 전 장관은 이를 수용했다.

손 대표의 종로 출마 결정은 무엇보다 종로가 갖는 상징성과 당선 가능성을 고려한 '이중 포석'으로 보인다.

종로는 최근 서울의 정치 중심이 강남으로 이동하면서 상징성이 다소 퇴색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강북에서는 여전히 '심장부'에 해당하는 곳이다.

종로에 뛰어듦으로써 쓰러져가는 당의 부활을 위해 대표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종로는 보수표와 개혁표가 적절히 혼재돼 있어 서울에서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손 대표로서는 서울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비록 50% 가까이 되지만 한번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손 대표의 종로 출마는 또 박상천 공동대표,정세균 김효석 장영달 의원 등 전국적 지명도를 갖춘 호남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를 압박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구 출마를 주저하고 있는 강금실 최고위원을 유도하려는 뜻도 곁들여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천을 둘러싼 싸움에서 공심위에 밀리는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카드'라는 설도 나온다.

전략 공천과 비례대표 공천은 당 지도부에서 알아서 할테니 공심위는 지역구 공천에만 신경쓰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들어 정 전 장관이 종로쪽을 검토해왔다는 점에서 손 대표가 견제 차원에서 종로를 미리 '선점'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 전 장관이 승부처를 동작을로 선택한 데는 민주당의 총선 전략은 물론 향후 정치적 행보까지 감안한 복잡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작을은 관악을-구로을-영등포을로 이어지는 서울 남부벨트의 '요충지'라는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지역에서 정 전 장관이 바람을 일으키면 서울 남부 일대의 호남표를 결집시킬 수 있다는 게 당의 판단이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이 지역구를 동작을로 정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유권자의 38%가 호남 출신으로 민주당 후보의 승산이 원래 높았던 곳이라는 점에서 당 지도부로서 희생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동작을 출마를 준비해온 허동준.백계문 예비후보 등은 이날 "손 대표가 정치 1번지 종로라면 정 전 장관은 신 정치 1번지 강남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 공심위는 이날 호남 현역 30% 물갈이 명단을 확정했다.

강동균/노경목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