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10일 5개의 펀드 설립을 추가로 허용했다.

지난달 5개월 만에 펀드 판매 재개를 허용한 뒤 12번째 주식형 펀드가 시중에 나오는 셈이다.

총 모집자금 규모는 1000억위안(약 13조원)으로 추정된다.

현지 언론들은 '구시주(救市株·시장을 구원하는 주식·중국어는 求市主)'가 될 것이라며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 증시는 현재 신규 공급 물량은 많지만 매수 주체와 주도주는 없는 '1다(多) 2무(無)' 상황에 빠져 있어 이번 조치가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쯤 증시의 방향성이 잡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1일 발표되는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라 금리 인상 윤곽이 드러나는 데다 이번 주말까지의 주가 향방이 기술적 분석상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증시는 중국 정부가 거래세 인하를 검토하는 등 증시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과 경기 긴축으로 인한 기업 수익성 악화 우려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물량 부담도 엄청나게 크다.

지난 1일 보호예수가 풀린 핑안보험의 신규 유통 물량만 무려 2050억위안(약 26조6500억원)에 이른다.

이번 달에만 2300억위안,다음 달에는 약 1000억위안어치의 물량이 새로 시장에 풀릴 수 있다.

여기에 기업들도 앞다퉈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최영진 한화증권 상하이사무소장은 "이번 펀드 신규 판매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물가 불안은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고 있다.

이날 중국 증시가 약세를 보인 이유는 전일 미 다우지수가 급락한 데다 중국 정부의 철강가격 통제설까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철강가격 급등으로 하이얼 등 가전업체들이 잇달아 상품가격을 올리고 있어 정부가 철강값 인상을 불허할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이에 따라 철강업체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바오산강철 등이 장중 5% 넘게 하락했다.

11일 발표될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 안팎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 같은 상승률은 지난 1월(7.1%)보다 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강력한 긴축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어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리서치센터장은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올 것은 예상된 일이지만 중국 정부가 금리를 올릴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면서 "중국은 통상 금요일에 금리를 올리기 때문에 이번 주말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확대된 상황에서 금리를 또 올리는 것은 중국 정부로서도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이달 내 금리 인상이 없다면 올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주가의 기술적 분석이란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유통 주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호선300지수'가 250일선에 근접했다"며 "만일 이 지수가 250일선 밑으로 하락한다면 긴 조정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주에 250일선이 지켜진다면 추가 하락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국 정부가 시장의 안정을 바라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주 센터장은 "사회보장기금이 주식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정부가 보험회사들의 투자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 경우 중국의 기관들이 강력한 매수 주체로 떠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농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수주와 농기계,건설 등 농촌 관련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수출 관련주는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어 가급적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