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라,나는 선출된 여왕이므로 곧 법이다

가장 강한 그대는 우리들의 길잡이,나의 남편이 되어라

선두에 서서 몸 바치는 백척간두의 생

최고의 건초와 여왕의 믿음을 받으라 (…)

나의 무리들은 모두 기억하라

한 마리 코끼리의 목숨을 위해서라면

나는 너희들과 함께,젖줄과 숨줄과 힘줄로 한 덩어리 되어 한 마을을 초토화할 것이다

천둥과 폭풍과 해일을 넘어서는 힘으로 그리하여 우리는,한 조각 정신의 이탈도 없이 생이 버거운 너무 커다란 몸뚱이를 뚜벅이면서 종족 보존,그 운명적 목표를 위한 젖샘에 도달할 것이다

(…) -조명 '여왕 코끼리의 힘'부분



생명에 대한 긍정과 찬사도 이 정도면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만하다.직설적이고 힘이 넘친다.페미니즘 색깔이 나지만 남자가 읽어도 통쾌하다.막연하게 여성차별에 반대하는 소극적 페미니즘과는 전혀 다르다.여왕코끼리는 단순히 남성을 지배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천둥과 폭풍과 해일을 넘어 종족보존이란 운명적 목표로 직행한다.그 여왕이 통치하는 세상은 평화롭다.여왕의 막강한 힘으로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응징하지만 약자에겐 한없이 너그럽기 때문이다.아주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사회질서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