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WTI(서부텍사스 원유) 기준으로 배럴당 104달러를 넘어서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석유화학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셧다운)하거나 감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이로 인해 전자제품 자동차 의류 등 석유화학 제품을 재료로 쓰는 대부분 공산품에도 수급 차질 및 원가 상승 등 연쇄 파장이 불가피해졌다.

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폭등,정유→화학→섬유로 상호 연관돼 일관 생산체제를 갖춘 유화업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6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MOPJ.일본 도착 가격 기준)은 최근 t당 900달러를 넘어섰다.업계는 t당 나프타 가격 900달러를 감산이나 셧다운을 검토해야 할 한계선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SK에너지는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BTX(벤젠,톨루엔,자일렌) 1~4공장 중 2공장의 가동을 7개월째 중단하고 있다.2~3공장도 총 생산 규모(하루 평균 6만3000t)의 15.8%인 1만t을 감산 조치하고,국제유가 및 나프타 가격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주요 공장의 셧다운 및 감산 조치는 1969년 공장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유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추가 감산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등도 나프타 가격 상승분을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전체 생산량의 7~15%를 감산 조치했다.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NCC 업체들도 나프타 가격 상승,중국과 중동 등의 물량 공세,주요 수요처인 다운스트림 업체(에틸렌을 원료로 합성섬유 등 하위 제품을 생산하는 곳)의 불황 등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삼성토탈은 30% 이상 늘어난 원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며,LG화학 역시 비용 절감을 위한 중.장기 전략안 수정을 검토 중이다.

고(高)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삼성석유화학,삼남석유화학,KP케미칼 등 다운스트림 업체들은 일제히 추가 감산에 들어갔다.일부 업체는 공장 셧다운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삼성석유화학은 올해 초 울산공장 1라인(20만t) 설비 가동을 한 달여 넘게 중단했다가 최근 다시 시작했지만,또다시 셧다운을 검토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따른 대책이래야 감산을 통한 수급 조절이 전부"라고 말했다.대기업들에 플라스틱 섬유 등을 납품하는 중소 석유화학 업체들은 현재 원료가 폭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