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릴없는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5일(현지시각) 뉴욕 증시는 오랫만에 반등했지만 달러화 가치가 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 대비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국제유가는 OPEC의 산유량 동결 소식에 104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값도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1000달러 돌파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달러화는 전날 엔화에 대해 다소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엔/달러 환율은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와 원/엔 등 국내 외환 시장에서도 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유럽이나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 달러화 약세는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답보 상태에 빠져있는 주식시장에서도 환율 변화의 영향력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일단 6일과 7일 금리를 결정할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들은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미국뿐 아니라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도 주택가격이 주춤대고 있어 정책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책금리는 그렇지 않아도 낮은 수준인데다 유럽 지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넘어서고 있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하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이번에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유럽과 미국-일본간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더 줄어들 수 있다.

이는 결국 달러화의 추가적인 약세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 비달러화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게 되고, 고공 행진하고 있는 상품가격의 상승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 우려가 쉽게 가라앉기 힘든 이유다.

엔화의 상대적인 강세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문제에 다시 관심을 갖게 만든다.

달러와 달리 엔화는 금리 스프레드 축소뿐 아니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글로벌 자금 이동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엔/달러 환율은 글로벌 자금 이동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증시 안정에 있어 전제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신용위기와 경기둔화 우려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유용한 잣대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같은 국제 통화의 움직임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접근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우려와 엔캐리 자금 이탈은 부정적인 부분이지만, 반대로 달러화 약세로 풍부해진 글로벌 초과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상품시장의 경우 변동성이 증시보다 높아 초과 유동성이 글로벌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화증권은 원/엔 환율의 급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업체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증시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에서 IT와 조선, 해운 업종 등의 주가가 원/엔 환율의 움직임과 BDI지수 상승 등을 근거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 업체와 경쟁 체제에 있어 엔화 강세로 상대적인 경쟁력 강화 효과를 볼 수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IT 업체들과, 조선업체 등은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한화증권은 다만 일본에서 부품 등을 수입하는 중소형 업체들의 경우 상황이 한층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중소형 부품주들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이유다.

어쨋든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사람도 없고 시장은 악재와 호재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경제지표이든 환율이든 짚고 넘어가야할 변수들은 꼼꼼히 챙겨보는 정성이 필요해 보인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