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이 평등국가라고요. 아닙니다. 능력과 노력에 따라 부(富)의 분배가 달라지는 경쟁사회입니다. 한국 전교조에서 반대하는 교원평가제도도 시행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스웨덴에서 25년 동안 교편생활을 해 온 한국교포 한인숙씨(한마바캔중학교 스웨덴어 교사)는 지금까지 고(高)복지를 추구하던 스웨덴이 고(高)경쟁사회로 이동 중이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탈복지,탈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의 이동은 우파정권의 등장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중도우파연합의 프레드리크 라인펠트 총리는 2006년 가을 집권하자마자 노무현정부가 한때 교과서로 삼으려 했던 스웨덴의 복지모델에 대해 메스를 가하기 시작했다.
부유세를 폐지하고 질병급여를 축소해 '꾀병' 환자들을 일터로 불러내고 있다.
월급의 80%를 받았던 질병급여는 올해부터 75%로 깎인 상태다.
스웨덴 정부는 전국 병원에 '병가를 함부로 써주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려보냈을 정도다. 산재환자는 스웨덴 전체 인구의 15%를 넘는 150만명이다.
1992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강도 높게 추진되는 우파의 재활개혁은 가짜 환자들에겐 고통이지만 일반국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고 있다.
제지회사인 SCA사의 보 로디너 노사담당 부사장은 "우파정권의 탄생은 고복지모델을 지향하던 좌파정권에 대해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결과"라고 말했다.
스웨덴 최대일간지 '다겐스 니헤테르'는 최근 보도에서 "질병급여 제도를 수술하는 것은 놀고 먹는 환자를 일터로 내보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라며 정부의 개혁정책을 추켜세웠다.
실업급여도 수술대에 올라있다. 먼저 실업수당 최고액이 실직 전 급여의 80%에서 70~66%로 삭감됐다.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도 엄격히 제한해 매주 국립직업안내소에 직접 찾아가 직업을 구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어야만 탈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실업자라는 사실만 증명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노조원들이 납입하는 실업보험료는 매달 34크로네에서 210크로네(3만2000원)로 6배 이상 인상됐다.
스웨덴 사무직노조연맹(TCO)의 매츠 에세미르연구원은 "실업보험을 많이 주면 국가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인적자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라도 실업급여 삭감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원 32만1000여명이 실업보험료 인상에 불만을 품고 실업보험과 노조에서 탈퇴했을 정도다. 스웨덴 덴마크 등에선 상급노동단체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실업기금을 관리하고 있다.
이웃나라 덴마크는 2001년 우파정권이 들어선 이후 복지개혁을 추진,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먼저 실업급여 수혜기간을 9년에서 4년으로 단축했다.
또 실업 기간 중 일자리가 생겼는데도 출근하지 않을 경우 3주일이 지나면 실업급여가 지불되지 않는다. 실업급여 액수는 실직 전 임금의 90%로 지금까지는 실업자들이 일터에 나가지 않아도 생활에 전혀 불편을 겪지 않을 정도의 복지혜택을 누려왔다.
이러한 조치 덕분에 덴마크 경제가 탄력을 받고 있다. 실업률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장기실업자는 70% 정도 감소했다. 청년실업률은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덴마크 사용단체(DA)의 헨닝 가데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실업급여 대책은 실업자들을 노동시장으로 밀어넣기 위한 강압책"이라며 "실업급여 개혁 이후 덴마크 경제의 성장동력이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 7만달러로 북구에서 가장 부유한 노르웨이 정부 역시 △질병급여 삭감 △장애보험수령 숫자 감축 △노인들의 고용시장 퇴장 연령 연장 등에 나서고 있다.
노르웨이 노총(LO)의 리브 샌드네스연구원은 "게으른 실업자를 노동시장에 참여시키는 게 국가적 과제"라며 "질병급여나 실업수당은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베짱이로 사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