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가 김대중 전 대통령(DJ) 차남인 김홍업 의원과 박지원 비서실장의 공천심사 자격을 배제하는 내용의 `예외없는' 공천기준을 제시하자 김대중 전 대통령 주변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김 전 대통령 본인은 일절 민주당 공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굳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측 최경환 비서관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천문제가 걸려있는)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김 전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할 말이 없다.

이런 저런 상황을 듣고 계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과 박 실장 등 당사자들은 "정치적 희생양 만들기"라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동교동 주변에서는 "민주당이 우리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면서 `배신'이란 단어까지 들먹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꾸 개인비리라고 말하는데 정치적 사건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희생양을 만드는 꼴"이라며 "지난 재보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거쳐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돼서 어느 정도 명예를 회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비리 전력자로 몰아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부친인 김 전 대통령과 이번 공천 문제로 만났느냐'는 질문에 "물론 뵈었다"며 "세세하게 말씀은 안 하시지만 아버님은 안타까워 하신다.

무엇보다도 아픈 상처를 다시 헤집는 꼴이 되니까 많이 안타까워 하신다"고 동교동 분위기를 전했다.

박 실장 역시 "6.15정상회담 성사의 주역인 저에게 민주당에서 반드시 공천을 해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과 공천 문제로 의견교환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물론 매일 뵈니까 당연히 말씀을 드렸지만 김 전 대통령이 저에게 한 말씀은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

여러가지 생각을 깊이 하고 계신다는 말로 대신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동교동계 인사는 "이건 민주당의 `DJ죽이기'"라며 "수도권 선거를 생각하더라도 DJ를 따르는 호남 유권자들이 많은데 이런 식으로 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주장하며 발끈했다.

이 관계자는 "어른(DJ)도 굉장한 배반감을 느낄 것이고 화가 많이 나셨을 것"이라며 "박재승 위원장은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사회정의 실천이라는 미명하에 완장을 차고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일부 동교동계 관계자들은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김원기 상임고문, 유인태 최고위원 등 민주당의 유력인사들을 접촉하며 김홍업.박지원 두 사람의 공천 관철을 위해 전방위로 구명작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어제 정동영 전 장관을 만나서 `박재승 위원장이란 사람의 상징성도 좋지만, 정당이 정치세력간 균형이나 지역구민의 여론을 생각 안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선 기간 내내 실컷 DJ를 써먹고 지금에 와서는 입 닫고 가만히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더니 동의는 하더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송수경 기자 mangels@yna.co.kr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