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업계의 호황 속에서 터져 나온 우영의 부도는 충격적이다.

이는 우영의 단기 차입금과 재고 부담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라는 고질적 병폐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우영은 지난달 29일자로 기업은행 휘경동 지점과 농협중앙회 쌍문동 지점에 도래한 만기 약속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부도 금액은 91억여원.

협력업체는 부도 났지만 삼성전자의 LCD 부문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11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무려 151% 증가한 것이다. LG필립스LCD 역시 지난해 1조50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3년만에 1조원대를 회복하는 호조를 보였다.

이 같은 실적은 LCD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부담을 납품업체들에게 전가한 영향이 크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상반기에 노트북과 모니터용 LCD 백라이트유닛(BLU) 납품단가는 15% 가량 떨어졌고, TV용 LCD BLU 납품가 하락폭은 30%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같은 LCD 부품 업계의 공통된 고충에다, 우영의 개별적인 재무적 부담이 더해 부도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영 외에도 삼성전자 주요 LCD 부품 협력업체들인 한솔LCD, 태산엘시디, 디에스엘시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80% 급감했고, 우영과 같이 노트북 모니터용 LCD 부품을 공급하는 디아이디는 3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LCD 패널 업체들이 최고의 실적을 거두는 동안 중소 부품업체들은 말못할 고충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이미 휴대전화 부문에서 확인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등 하도급법 위반 사실을 들어 사상 최대 과징금인 115억7600만원을 삼성전자에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 정보통신사업 부문은 2002년말 내부적으로 납품단가 인하 목표액을 정하고 국내 충전기 납품업체 7곳의 납품가를 2003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6.6%, 9.8%씩 일률적으로 낮췄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관련 부품을 폐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납품대금 중 6000만원을 부당 감액했는가 하면, 핵심기술이 담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부당한 경영간섭행위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애널리스트는 “LCD 대기업들의 지난해 납품가 인하가 심해 중소기업에만 고통 분담을 강요한 측면이 있다”며 "LCD 부품 업체들은 대기업 거래선을 놓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우영의 부도가 삼성전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다른 LCD 부품업체나 대만업체 등을 통해 부족분을 공급받는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디아이디나 중국 현지 공장이 있는 태산엘시디와 디에스엘시디가 반사이익을 거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니터 등 저가용 LCD 모듈 공정을 중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