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05년도 국내 낙태 추정 건수는 약 34만건에 달한다.

국내 가임여성(15∼44세)이 약 1090만명임을 감안할 때 32명당 1명이 한 해에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했다고 추산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인공임신중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은 여성들의 피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2004년부터 2006년까지의 인공임신중절 경험에 대한 조사 결과,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 중 절반 이상이 피임을 했음에도 임신이 된 '실패임신'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임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콘돔은 피임 실패율이 10∼15%에 달한다.

시술방법이 아닌 피임법 중에서는 먹는 피임약이 가장 효과가 높아 피임효과가 99%에 달한다.

그러나 사회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피임약에 대한 다양한 오해나 속설들이 생겨 여성들이 적절한 피임 방법을 선택하는 데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먹는 피임약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피임약이 암을 유발한다는 오해로 인해 다수의 여성들은 피임약 복용을 꺼려 왔다.

그러나 일부 피임약이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에 단기간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있었지만,전문가들은 종합적으로 볼 때 암 발생의 위험보다는 이점이 훨씬 더 많다고 얘기한다.

의학전문지인 란셋(Lacet)지는 최근 피임약이 난소암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피임약 복용에 의한 호르몬 불균형으로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는 점을 우려하지만 오히려 피부 개선을 위해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난해 출시된 먹는 피임약 야스민은 피임 효과는 물론 피부의 피지생성을 줄여 지루성 피부를 개선해 준다.

성감(性感)을 저하시킨다는 얘기도 있지만 먹는 피임약은 안전하고 간편한 피임법으로 성생활을 방해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피임약을 복용하면 영구적으로 불임이 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건강한 여성이라면 먹는 피임약은 다른 대부분의 피임법처럼 사용을 중단하면 바로 임신능력이 회복된다.

◆먹는 피임약 어떤 게 있나

먹는 피임약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소량 함유된 복합호르몬제제로 여성의 배란을 억제해 피임 효과를 낸다.

단 고혈압,당뇨,간염,정맥혈전증을 가지고 있는 여성은 피임약을 복용하면 안된다.

복용시에는 흡연을 삼가야 한다.

피임약을 복용할 때에는 의사와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알맞은 피임약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

지난해 9월 국내에 소개된 바이엘의 '야스민'은 체내 황체호르몬과 유사한 드로스피레논 성분을 함유해 수분저류로 인한 체중 증가를 억제해준다.

동시에 여드름 및 지루성 피부 개선 효과,월경전 증후군 완화 등의 부가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2000년 처음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판매 1위를 자랑하고 있으며 세계반도핑기구로부터 여성 운동선수의 도핑검사 제외 약물로도 승인받은 유일한 피임약이기도 하다.

야스민을 구입하려면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

한국오가논의 '머시론'은 에스트로겐 호르몬 함량이 0.02㎎으로 비교적 적게 함유돼 피임약을 복용하는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메스꺼움,두통 등과 같은 이질감을 줄였다.

처방전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매일 복용하는 피임약 외에도 응급피임약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판 초기에 인체유해성과 윤리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었던 응급피임약은 피임을 준비 못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가진 후 응급피임을 위해 사후에 복용하는 용도이다.

응급피임약의 피임성공률은 24시간 이내 복용 시 95%,24∼48시간은 85%,49∼72시간 이내는 58%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감소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현대약품의 '노레보'와 바이엘의 '포스티노-1' 등이 있으며,의사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응급피임약은 일반 피임약에 포함된 한 달 분량의 호르몬을 복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체내 호르몬의 불균형을 유발해 여성의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이고 건강한 피임을 위해서는 먹는 피임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