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후 금융시장 최고의 히트상품은 적립식 펀드였다.다행히 그 무렵부터 주가가 올라 많은 투자자들이 좋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후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적립식 펀드가 반드시 돈을 벌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증시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적립식 투자의 원리를 제대로 짚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적립식 펀드는 사실 상품명이 아닌 투자의 한 방법이다.매월 일정액을 주식형 펀드에 불입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적립식으로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미래'라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홍길동씨는 이 회사가 괜찮다고 생각해 매월 10만원씩 급여일에 투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첫째 달에는 주가가 5000원이었고,두 번째 달은 1만원,세 번째는 2500원이었다. 똑같이 10만원을 투자했는데,주가가 쌀 때는 많이 사고,비쌀 때는 조금 사들였다.이렇게 1년 동안 꾸준히 매입하면 결국 1년 동안 주가의 평균 가격에 사는 셈이 된다.

그래서 적립식 투자법을 다른 말로는 '평균 단가 분할 매입법'이라고도 한다. 1년 후 홍길동씨의 평균 매입 가격은 5000원.그런데 '미래'라는 회사의 주가는 4000원이었다.이 때 홍길동씨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손해 보고 파는 것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 △더 사는 것 등 세 가지가 있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세 번째 방법이다.또 사들이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이는 거꾸로 얘기하면, 내가 산 평균 가격보다 시세가 위에 있을 때만 팔면,돈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립식 투자의 원리는 크게 4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첫째,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다시 말해 인간은 시장을 맞출 수 없다는 전제 아래 평균가격에 사들이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둘째,주가라는 것은 일정 시점에는 평균 이상으로 오르기도 하고,그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적립식 투자의 포인트는 평균 이하로 떨어질 때 주식수량을 늘리는 데 있다.

셋째,가입 시점이 아닌 환매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내가 돈을 찾는 시점에 플러스 수익률만 기록하면 돈을 잃지 않는다.즉 돈을 버는 것보다는 잃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주식에 투자해 얻는 수익률의 80~90%는 전체 투자 기간의 2~7%라는 짧은 기간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짧은 시기에 시장을 떠나 있으면 수익을 낼 수 없음을 의미한다.적립식 투자법은 시장이 나쁠 때는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면서 수익을 내 주는 짧은 시기에 시장을 떠나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법이다.적립식 투자자에게 약세장은 기회이지 위험이 아니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lsgg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