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대책반장'으로 불리는 김석동 재정경제부 1차관이 29일 이임하면서 28년간의 공직생활에 대한 다섯 가지 통렬한 자기반성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김 차관은 우선 "세상이 놀랍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자신은 경제 정책 담당자로서 국가의 미래 과제에 성실히 맞서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둘째로 위기의 순간에 누군가에게 교과서가 될 수 있을까를 반성했다.외환위기와 금융.기업 구조조정,9·11 테러,초유의 고유가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맞서면서 지키기 힘든 곳에서 지켜야 할 때의 막막함과 절망감을 많이 느꼈다는 것.하지만 국민과 시장이 지켜보고 있어 피할 수 없었으며 그럴 때마다 존경하는 여러 선배들을 떠올리며 '그들이라면 지금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했다는 것이다.

또 인도에서 창안한 숫자 '0(제로)'을 예로 들며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그는 "제가 관여한 많은 정책 가운데 이해당사자를 설득하지 못해 효과가 반감됐거나 변수를 예측 못해 역효과가 발생한 정책이 있었다면,발상의 전환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말했다.

넷째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만한 정책을 몇 개나 만들어냈는지 자문했고 마지막으로 공직자는 국민에게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과 소명의식을 자주 망각했다고 털어놨다."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도 그랬을 것","그건 불가피했어"라며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지 않은지,"왜 내가 이 책임을 져야 하지?"라고 불만을 터뜨리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