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팀이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전격 소환해 조사함에 따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 전무는 앞서 검찰의 에버랜드 사건 수사 당시 서면조사를 한 차례 받은 적이 있지만 수사당국에 직접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 전무는 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 삼성SDS 등 계열사 지분을 정상보다 싼 가격에 넘겨받아 그룹 지배권을 탈법적으로 승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95년 이 회장으로부터 44억원의 `종잣돈'을 증여받은 이 전무는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을 취득한 뒤 이 회사들이 상장되자 지분을 팔아 560억원이라는 거액의 차익을 거뒀다.

이 전무는 이 자금으로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삼성생명 주식을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 사채 등을 통해 취득했으며, 에버랜드의 계열사 영향력을 확대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기에 이른다는 게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의 요지이다.

이 중 에버랜드 전환사채가 이 전무에게 넘어간 부분은 절차적 불법성이 인정돼 이 회사 전ㆍ현직 대표에게 1ㆍ2심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특검팀은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 상 그룹 지배권 확보에 열쇠가 되는 에버랜드 등 계열사 지분이 정상보다 싼 가격에 이 전무에게 인수된 것은 그룹 차원의 공모나 지시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측은 그룹의 공모나 이 회장의 지시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계열사 주주들이 지분을 포기한 것은 독자적 판단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 전무를 상대로 각 계열사 지분 인수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와 인수 대금의 출처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히 김용철 변호사가 김석 삼성증권 부사장 등 에버랜드 사건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김 부사장도 작년 말 검찰에서 의혹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 전무에 대해서도 이와 관련된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 전무는 검찰 에버랜드 사건 수사 당시 서면조사에서 "김석 부사장으로부터 전환사채 인수 의사를 타진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으며 특검팀은 이번 조사에서 해당 진술의 진위를 다시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특검팀은 이 전무에게 `e삼성 사건'과 관련해서도 사업 처분 과정에서 불법성이 있었는지 등을 캐묻고 있다.

`e삼성' 사건은 이 전무가 2000년 e삼성과 시큐아이닷컴 등의 최대주주로서 인터넷 벤처기업 14개를 실질적으로 총괄 운영했다가 기업들이 부실화하자 삼성 계열사들이 지분을 사들여 그룹에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이 이날 그룹 주변부 인물이 아닌 이 전무를 전격 소환함에 따라 답보상태에 머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던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는 1차 수사기한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사정 등을 감안, 핵심인사를 발빠르게 소환하면서 김인주 사장 등 전략기획실 수뇌부, 그리고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조사를 대비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이 이 전무를 조사하면서 이번 수사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그룹 최고위층의 사건 개입 단서를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