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부산 용호동 해군 작전사령부 앞바다.미 해군 제3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호가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길이 332.9m 폭 77m 높이 23층 규모.단순 면적으로 축구장 3개 크기인 세계 최대 규모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태산이 밀려오듯 미끄러져 들어왔다.미국은 매년 한.미연합 전시증원 연습 때마다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을 구성해 한국에 왔지만 언론에 핵추진 항모의 안팎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니미츠호는 3월2~7일 실시되는'키 리졸브(Key Resolve) 및 독수리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 들어왔다.
니미츠호는 우선 규모 면에서 위압적이었다.23층 높이에 전투기 80여대와 5900명을 싣고 33개월간 연료 공급 없이 해상을 누빈다.1975년 건조될 당시 41억달러(약 4조원)가 투입됐다.운영비만 연간 2억3000만달러가 들며 의료 시설과 방송국 시설 등 각종 생활 근린시설이 소도시급 규모다.최대 속력도 30노트로 시속 40㎞ 이상 낼 수 있다.대공 미사일과 대잠수함 무기 수십 기를 장착하고 있다.니미츠호는 미 해군 제독 C W 니미츠(Nimitz)의 이름을 딴 것이다.
23층 높이의 철제 계단을 힘겹게 오르자 격납장을 만났다.검은색 복장에 하얀 모자를 쓴 미 해군들이 최신형 비행기들을 쉴 새 없이 수리하거나 정비하고 있었다.테리 브레이크 미 해군 소장(3함대 2전단 사령관)은 "평상시 조이고 정비해야 유사시에 한국 해군을 지원해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이 함대는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최첨단 항공기인 '슈퍼 호넷' 등을 갖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할 수 있는 기동력으로 움직이는 사령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갑판에는 항공모함에 탑재된 모든 최신 전투기들이 눈에 들어왔다.사각형으로 된 공기 흡입기가 달린 슈퍼 호넷이 위용을 과시했다.전투기(F18)와 조기경보기(E2),대잠용 헬기,전파교란 비행기와 수송기 등 80여대가 전투 대기 상태였다.
갑판에선 또 장병 2명이 휴식 시간에 조깅을 하고 있었다.한 사람은 육지에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 나면 30분 이상 뛰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선하기 위해 겨우 한 명이 다닐 수 있는 철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니 당직 군인이 각 층마다 전자 장비를 갖춘 전산실에서 운항 관련 사항을 살펴보고 층마다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승선 체험은 군사비밀 보호를 고려해 비행기가 보관,관리되는 격납장과 갑판에 한해 한 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