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복원할 바엔 차라리 하지 말지…."

화재 발생 2주일가량 지난 현재 숭례문 복원을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문화재 원형 복원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복원된 일부 문화재의 경우 고증작업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복원되는 바람에 '차라리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상태가 됐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문화재 복원작업은 오히려 원형을 훼손하거나 문화재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숭례문 원형 복원 시 잘못된 복원 사례를 거울삼아 보다 치밀한 연구와 고증작업을 통해 제대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흉물' 복원의 대표적인 사례는 부산시 동래읍성 인생문이다.

부산시 동래구청은 일제시대 때 신식 시가지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철거된 동래읍성 인생문을 2005년 12억원을 들여 복원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과 기술 미비로 인해 원형과 크게 달라졌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생문 양측에는 원래 없었던 아치형 차로가 2개나 마련돼 마치 놀이공원 입구 같은 인상마저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물 통로 모서리마다 갈라져 보강공사도 시급한 실정이다.

정징원 문화재위원회 부위원장(전 부산대 고고학과 교수)은 "동래읍성 인생문처럼 설계도면이 남아있지 않고 원형을 찾기가 어려운 문화재는 원래 모습대로 복원할 수가 없다"면서도 "기존 문화재도 아니고 현대풍도 아닌 이상한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복원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청계천도 복개되면서 일부 문화재의 원형이 변형됐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다.

청계천 시작 지점에 자리잡은 모전교는 원형을 무시하고 다시 만들어졌고 광통교는 제 자리가 아닌 곳으로 옮겨졌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연구소장은 "광통교 중건 공사 중에 콘크리트 하수관로 때문에 몇 백년 전해온 광통교의 바닥 돌을 무단으로 깎아버렸다"면서 "조선시대 화강암 조각의 기법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소개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 미술사적 가치를 상실하고 인테리어 마감재 수준으로 부착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을 둘러싼 한양성곽도 사정은 비슷하다.

성곽의 일부 부분에선 복원된 돌의 크기가 기존의 것과 확연히 다르다.

옛 부재와 복원물의 질감 차도 크게 난다.

문화재청 사적과 관계자는 "한양성곽은 시대별로 축조 방식에 차이가 많아 어떤 것을 원형으로 삼아야 하는지 어려움이 있다"며 "일부 구간의 경우 예산 제약과 공개입찰로 들어온 복원 업체의 기술력 차이 때문에 복원 수준에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이 문화재 복원을 입찰제에 지역할당제로 하기 때문에 업체별 실력 차이가 커 문제"라며 "문화재 복원만이라도 중앙 정부의 관리 아래 전문 업체가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김동욱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