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정책의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일관된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이론적으로 정립해 200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 핀 키들랜드 교수가 작년 12월 방한 때 한 말이다.

키들랜드 교수는 당시 강연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새 정부에 충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우선 "한국의 새 대통령은 5~6개월 후의 단기 성과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5년,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변했다고 해서 애초 수립한 경제 정책을 수정한다면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일관성 없는 정책 사례로 한국의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경기 침체를 두려워한 한국 관료들이 각종 건설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지만 곧바로 부동산 가격 안정 여론이 높아지고,부동산 가격을 잡고 나면 다시 경기 부양 요구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부동산 가격도 잡지 못하고 경기 부양도 하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에 빠진다.

키들랜드 교수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일관성을 잃으면 경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키들랜드 교수는 동료 학자인 프레스콧과 함께 1970년대 말 공동 저술한 '프레스콧-키들랜드 페이퍼'로 세계 경제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논문은 2차대전 이후 세계 경제학계를 주름잡았던 케인스 이론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더 유명하다.

두 사람은 이 이론으로 케인스 학파가 설명하지 못했던 1970년대의 석유 파동 등 각종 경제 현상을 설명해 거시경제학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