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들 '입질' 주춤… 유력 인수후보로 급부상

포스코가 올해 주요 매물인 대우조선해양의 유력 인수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조선.철강업계는 물론 증권업계에서도 포스코에 무게를 싣고 있다.최근 들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STX그룹 등 인수 경쟁 업체들이 하나 둘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포스코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포스코의 '상대적' 적극성도 득점 요인이다.다른 인수 후보 업체들이 하나같이 "검토한 바 없다"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속내를 감추는 것과 달리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주춤하는 조선업체

현재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포스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STX그룹 GS 두산 등이다.이 가운데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체들이 처음에는 가장 강력한 매수자로 오르내렸다.누가 갖고 가든지 업계 순위를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줄줄이 '공력'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은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입장이다.삼성중공업은 '특검'과 '태안'이라는 악재에 둘러싸여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STX그룹 역시 노르웨이 크루즈선사인 '아커야즈' 인수 문제로 또 다른 판을 벌일 여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유럽연합(EU)의 반독점 당국인 집행위원회(EC)는 STX와 아커야즈의 기업 결합에 대한 반독점 관련 심층조사에 들어간 상태다.결과는 5월께 나온다.STX그룹 고위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포스코가 입찰하면 우리는 빠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M&A "포스코에 물어봐"
◆판세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조선업체를 제외한 GS 두산 등의 인수 후보들도 포스코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증권업계 관계자는 "GS는 대한통운과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드러난 보수적인 베팅 전략이,두산은 밥캣 인수로 인한 자금 부족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차포(車包)를 다 떼고 나면 결국 남는 건 포스코뿐"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필요할 경우 우군(友軍)도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지난달 철강협회 신년 인사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을 단독으로 인수하긴 무리이고 철강업계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포스코를 중심으로 철강업체를 규합해 인수전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동국제강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참여를 위해 최근 외국계 컨설팅 회사로부터 전략 조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마음도 포스코로 기울어지고 있다.회사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등 동종 업계와 한집 살림을 차릴 경우 겹치는 부분이 많아 구조조정 우려가 높다는 게 직원들의 일반적인 정서"라고 전했다.

◆포스코 인수의 걸림돌은

조선업체 관계자는 "아직 매각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만큼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도 "만약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을 사버리면 철판 시장의 모노폴리(독점)가 형성될 우려가 높아진다"고 반대했다.가뜩이나 조선용 후판(厚板)이 모자라 아우성인데 최대 공급처인 포스코가 특정 조선업체를 품을 경우 공정 경쟁이 저해된다는 지적이다.산업 경쟁력 차원에서도 포스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조선업은 한국 경제가 앞으로 상당기간 의존해야 할 소중한 업종"이라며 "같은 조선업체가 사들여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만 중국 등 후발주자를 멀찍이 떼어놓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