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손잡고 제작비용을 4분의 1가량 절감한 알루미늄 캔 뚜껑을 개발했다.

경기 광주의 캔금형 전문업체 ㈜일(壹.대표 장광순)과 음료수 용기를 생산하는 두산계열사 두산테크팩(대표 김태성)은 뚜껑 면적과 무게를 크게 줄인 새 OB맥주캔 금형을 개발,오는 3월부터 OB맥주의 모든 캔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두산테크팩은 현재 OB맥주의 제품군 중 OB.카스.카프리 브랜드 제품에 새 뚜껑을 적용,유통시키고 있으며 내달부터 버드와이저 등의 금형도 교체할 예정이다.

함석영 두산테크팩 차장은 "새로운 형태의 캔을 생산하기 위한 금형 설비를 차례로 도입하는 중"이라며 "마지막으로 진행되는 광주공장 설비개선 작업을 이달 말께 완료하면 OB맥주 전 제품을 새로운 캔으로 제작한다"고 전했다.

새 맥주캔은 강한 압력을 견뎌내기 위해 알루미늄을 많이 넣어 두껍게 만드는 뚜껑의 면적을 20%가량 줄였다.크기가 작은 만큼 원자재인 알루미늄을 덜 사용하기 때문에 무게도 3.35g에서 2.55g으로 25%가량 줄었다.

두산테크팩 측은 "새 금형을 개발하면서 뚜껑 제조원가를 개당 2.8원씩 줄였다"며 "연간 21억원의 생산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표면적을 줄인 대신 캔 내 공기 비중을 감소시켰다.

몸통의 높이.맥주용량(355㎖.500㎖),맥주가 흘러나오는 구멍의 크기는 똑같이 유지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두 회사가 뚜껑이 작은 캔을 개발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초,음료수캔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알루미늄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부터다.2006년 2월 1g당 2200~2300원 선(런던금속거래소 현물시세 가격 기준)이던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 1월 말 2800원 선으로 1년새 20%가량 급등했다.

원가 절감 방안을 찾던 두산테크팩은 '구조조정 1순위'로 뚜껑을 꼽았다.캔의 면적 중에서 알루미늄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뚜껑을 더 작게 만들 수만 있다면 생산원가를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어서다.두산테크팩 측은 "처음에는 미국 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했는데 기존 협력업체인 ㈜일에서 '외국기업 못잖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자신해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후 두 회사는 두 달여의 개발과정과 시험기간을 거쳐 새 금형 개발에 성공했다.장광순 일 사장은 "음료수 캔 금형은 겉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1분당 160개 이상의 제품을 찍어내야 하고 내구 연한이 길어야 해 공차가 5마이크로미터(1000분의 5㎜) 미만의 정교한 금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