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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특허 출원 추이를 보면 1970년에 총 100만건에 불과하던 것이 1992년엔 200만건으로 늘어났다. 22년 만에 2배로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겨우 10년이 지난 2002년에는 무려 1450만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신기술의 폭발적 확산에 힘입어 범세계적인 기술 특허전쟁이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미국의 상위 500대 기업 자산구조를 보면 1982년에는 유형 자산 60%,무형 자산 40%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2년 들어 이는 20% 대 80%로 커다란 역전 현상을 보였다. 상위권의 선진 기업일수록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토지 기계 등 유형재보다는 특허 상표 등 지식재산권이나 브랜드,인적자원이나 기타 정보자산과 같은 무형재의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생존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는 자체 기술개발과 지식재산권 확보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새로운 기술로 신상품을 만들어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기업은 자연도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기술은 기업의 핵심자산이며 경제성장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1등 기술은 초기 시장에서 초과 이윤을 보장받고,이렇게 형성된 자본은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로 이어진다. 후발기업이 어렵게 해당 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이미 초과이윤은 사라지고 없다. 이른바 '1등 기술의 순환구조'가 지속되면서 기술전쟁에서는 1등만이 살아남게 된다.기업들마다 핵심기술 개발을 최상의 과제로 설정하고 거액을 쏟아 붓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무명의 경제전사' 중소기업들도 기술을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자신들만의 특화분야에서 특허를 보유한 업체들이 잇달아 생기고 있고,물량 위주보다 수익성 우선 경영에 나서는 한편,자체연구소를 설립하고 신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업체도 많아졌다.

실제로는 산업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제조 및 서비스 현장 곳곳을 자신들의 땀방울로 적시면서도 단순 하청업체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에 가려 있던 중소업체들이 홀로서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홀로서기는 '기술' 중심의 경쟁력 확보를 바탕으로 실현되고 있다. 실력만큼 인정을 받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과거 연줄을 통해 납품을 따내는 시대는 지났고,이에 따른 부실을 이제는 온정주의로 덮을 수 없다는 인식 확산이 그 출발점이다.

FTA 타결을 계기로 '기술경영'이 총체적인 기업들의 화두가 됐다. 기술은 당장 돈으로 얼마라는 식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무형의 부가가치상품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다른 분야와 달리 단기간의 축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 전후방산업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에 기술개발 및 상용화의 활성화는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자체를 사업화하는 작업과 마케팅 등 여러 가지 여건을 충족시키는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

나라마다 기업마다 사력을 다해 뛰어드는 기술전쟁시대. 한 손엔 신기술,한 손엔 계약서를 움켜쥐고서 기술전쟁,그 최 일선에서 '경제용병'을 자처하는 주인공들을 만나본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