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첫 경제팀 진용이 꾸려졌다.'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통합'하고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을 떼어내 금융감독위원회와 합쳐 금융위원회로 출범'시키려고 했던 구상은 정부 조직개편 협상결렬로 차질을 빚게 됐지만,아무튼 주요 포스트들의 면면이 확정됨에 따라 차기정부 경제정책 운용의 대강을 그려볼 수 있게 됐다.

◆강력한 성장정책 펼 듯

차기 정부 경제정책을 이끌어 나갈 당(黨)-정(政)-청(靑) 라인 중 정부와 청와대 라인은 '작은 정부와 큰 시장'을 외치는 미국 유학파 출신 관료와 학자ㆍ기업인들로 채워졌다.

이윤호 산업자원부 장관 내정자와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내정자,김중수 경제수석 내정자가 각각 위스콘신대와 밴더빌트대,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 내정자도 주미(駐美)대사관 근무시절 미 뉴욕대에서 양키본드 관련 논문으로 경제학 석사학위를 땄다.이들 미국 유학파 성장주의자들을 경제정책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앞으로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고성장 전략'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MB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은 금융ㆍ외환 및 부동산정책 등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뉘앙스가 다소 다른 목소리도 내고 있다.부동산 규제의 경우 똑같이 규제완화를 외치지만 한쪽에선 '빨리 풀어서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쪽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안전판을 마련하고 시장상황을 보면서 천천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강만수 재경부 장관 내정자는 재정경제원 차관 출신으로 강한 추진력과 조세ㆍ금융ㆍ거시정책에 강하다는 강점이 있지만 호불호(好不好)가 뚜렷하고 자기 주장이 너무 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곽승준 국정기획수석 내정자도 넘치는 아이디어로 당선인의 신임을 얻고 있지만 지나친 자유분방함과 직설적인 언사로 인수위 활동과정에서 적잖은 분란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강과 곽 두 사람이 '경륜과 추진력-젊음과 아이디어'로 서로를 보완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가 날 수 있지만 경쟁ㆍ알력관계에 놓일 경우 경제정책 운용과정에서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MB경제팀의 지배구조는 '강력한 CEO 주도형 팀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은과의 관계설정도 관심

차기 정부에서 금융ㆍ세제ㆍ예산의 3가지 경제정책 수단 중 세제와 예산정책의 방향은 일찌감치 '감세와 균형재정'으로 정해졌다.그러나 통화정책의 방향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경제팀과 한은 간 견해차가 머지 않아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이유는 간단하다.새 정부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연 6~7%대의 고성장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인수위는 이미 그런 시그널을 흘렸다.강만수 내정자는 저서나 발언 등을 통해 공개ㆍ비공개적으로 "한은의 독립성은 '정부 내 독립성'"이라고 밝혔다.한은의 통화정책도 정부의 경제정책이란 큰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은은 통화정책을 정부 정책에 직접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특히 요즘처럼 물가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때문에 오는 4월 중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인사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7명의 위원 중 3명이 교체되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입김을 넣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수진/주용석/차기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