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공격적으로 내다팔며 국내 업종대표주들이 대거 '가치주' 대열에 진입하고 있다.

올 예상실적은 양호한 반면 주가가 급락해 주가수익비율(PER)이 글로벌이나 이머징마켓 평균은 물론 국내 시장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이다.국민은행 LG화학 SK에너지 현대차 등 일부 종목은 PER가 10배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중소형주 중심으로 가치투자를 해 온 '한국밸류10년' 등 가치주 펀드들마저 삼성전자 현대차 은행주 등을 사들이거나 눈독을 들이고 있다.외국계 UBS는 정보기술(IT) 자동차 은행업종과 일부 철강주를 저평가 가치주 관점에서 주목할 것을 권했다.

◆한국 대표기업은 가치주?

17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 기준으로 집계된 한국 증시 PER는 11.0배였다.글로벌 증시 PER 12.4배나 이머징마켓 12.3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외국인의 집중 포화를 받은 국내 업종대표주들의 지난 13일 기준 PER도 크게 낮아진 상태다.코스피지수가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작년 11월1일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8.5배에서 7.0배로 주저앉았고 LG화학은 11.4배에서 7.3배로,SK에너지는 21.9배에서 8.0배로 낮아졌다.

작년 지수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인 현대차나 삼성전자도 PER가 크게 떨어지긴 마찬가지다.현대차가 10.1배에서 8.2배로,삼성전자는 12.7배에서 10.9배로 낮아졌다.이는 역사적 PER 밴드상 바닥권으로 내재가치 대비 절대적 저평가 영역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자산가치에 대한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에서도 국민은행은 1.1배로 낮아졌고 삼성전자는 1.5배에 머물고 있다.김지희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IT와 금융 업종이 글로벌 시장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다만 최근 이익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UBS,"IT 자동차 은행업종 주목"

UBS는 이날 '가치주 6선'을 소개했다.삼성전자 LG필립스LCD 현대차 한국타이어 국민은행 동국제강 등이 꼽혔다.이 증권사는 △올 예상실적 대비 PER 10배 이하 △PBR 1.2배 이하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올 낙관적인 이익 성장 전망 △사업의 성장 잠재력과 경쟁력 등을 기준으로 이들 종목을 선정했다.

장영우 UBS 리서치부문 대표는 "삼성전자나 LG필립스LCD는 PBR가 선정 기준을 벗어났지만 높은 ROE를 감안해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이들 종목이 속한 업종은 지난 3개월간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내면서 업종 간 수익률에서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은행 자동차(기아차 제외) IT(하이닉스 제외) 업종의 PER는 8배 아래며 PBR에서도 자동차와 은행은 1배,IT는 1.5배 수준이다.

실제 UBS가 2000년 이후 국내 증시의 '저PER'나 '저PBR' 상위 업종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8년 연속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저PER'주는 이 기간 연평균 39% 올라 지수 대비 27% 더 올랐으며 '저PBR'주는 52% 올라 40%나 초과 수익을 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