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발언에도 주가 약보합

한국 증시의 내성이 강해졌다.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관련한 재료에 민감하게 움직이던 코스피지수가 이젠 웬만한 악재도 반나절 조정으로 소화해내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15일 코스피지수는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2.68포인트(0.16%) 하락에 그친 1694.77로 마감했다.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신용경색 우려 발언으로 전날 뉴욕증시가 급락한 탓에 장 초반 29포인트 넘게 추락하다가 낙폭을 크게 줄였다.코스닥지수는 오히려 2.04포인트(0.31%) 오른 651.57로 마감하며 4주 만에 650선을 회복했다.

전날 미국 다우지수가 1.40%,나스닥은 1.74% 급락했던 상황에 비춰보면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이 눈에 띄게 완화된 것이다.특히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21% 하락한 것과도 뚜렷하게 대비되는 주가 흐름이다.

이 같은 우리 증시의 달라진 모습은 전날에 이어 연이틀 이어진 것이어서 일회성이 아닐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전날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4.02%로 미국(13일)과 중국 증시의 2~3배에 달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은 점이 내성을 키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또 외국인 매물이 올 들어서만 10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기관과 개인의 동반 매수세로 소화해냈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올 들어 조정장에도 불구하고 14조원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돌발적인 추가악재가 나와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나오고 있다.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 신용등급 하락 등의 악재가 터지더라도 저가매수를 노리는 투자자가 많아 국내 증시의 추가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아직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만큼 상황이 진정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여전하다.윤석 CS증권 전무는 "세계경제의 불투명성이 여전해 외국인 매도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