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대통령직 인수위,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가칭) 간 협상이 '타결 임박'과 '결렬 조짐'의 양극단을 오가는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한때 통일부와 여성가족부를 살리는 선에서 타협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양수산부 존치' 문제를 놓고 양측이 하루 만에 또 다시 충돌하면서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왔다.이제 협상의 막판 쟁점은 '해수부를 폐지하느냐,존치하느냐'로 압축됐다.인수위와 한나라당은 당초 15일 예정했던 장관 인선 발표를 연기하면서 민주당과의 주말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무엇이 쟁점인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만나 절충을 시도했지만 '해양수산부 존치' 여부를 놓고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해수부 폐지를, 민주당은 존치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입장에서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안 원내대표는 회동직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제까지 해수부를 폐지하되 여성부와 농진청을 존치시키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의견접근이 이뤄졌는데,손학규 대표가 (협상에)간섭하면서 '해수부를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당초 한나라당은 통일부와 여성부를 존치하는 쪽으로 타협점을 찾으려 했으나 민주당 측이 해수부(존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과 인수위 측은 해수부를 살릴 경우 국토해양부,농수산식품부 등 정부조직을 완전히 다시 짜야 하는 만큼 애초부터 해수부를 협상 대상으로 올리는 것 자체가 '발목잡기'라고 보고 있다.

◆서로 네 탓 공방만

민주당 측은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면서 연일 총공세를 펴고 있다.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 측이 총선을 의식해서 정략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양자 간 감정싸움이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정균환 민주당 최고위원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대운하 목적 달성을 위해 해양수산부도 (정부조직 개편안에) 녹여버린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강금실 최고위원도 "해양부 폐지는 이명박 대운하의 상징"이라며 "우리가 바다로 안 나가고 안에 갇혀 5년 내내 운하만 파야 하느냐"고 말했다.이에 대해 안 원내대표는 "소수당의 비애를 느낀다"며 "원래 신정부가 혁신을 하겠다고 하면 구정부는 도와주는 것이 기본 정치윤리인데 막무가내다.결국 다수당의 횡포"라고 비난했다.

◆장관 인선발표 연기

조직개편안 협상이 지연되면서 당초 이날 예정됐던 조각 명단의 공식발표도 사실상 연기됐다.안 원내대표는 기자브리핑에서 "오늘은 더 이상 진전이 있을 수 없다.냉각기간을 가져야 된다"면서 "그러나 내일부터 주말협상을 할 것이다.월요일에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과시켜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향후 협상 전망과 관련해 안 원내대표는 "해수부를 건들 수 없는 새 정부의 입장을 민주당이 어느 정도 받아주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우리로선 (해수부 폐지안을) 도저히 못 바꾼다.대신 통일부 존치,인권위 독립기구화,과거사위 전부 보류에다 농진청까지 양보한다고 했지 않은가.교육과학부도 교육과학기술부로 절충하고 정통부도 기능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