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임기 막바지까지 '마이 웨이(My Way)'를 고수하고 있다.17대 국회가 처리한 각종 법안에 대해 '노(No)'를 외치면서 참여정부 특유의 '소신'을 고집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군필자의 취업전형 시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한 병역법 개정안을 국회 국방위가 통과시킨 데 대해 실질적 양성 평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금지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개정법은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법안"이라며 "여성 합격자가 불합격 처리되는 제도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았지만 정부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미리 '노'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쌀소득보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이 법안은 5년간 쌀 생산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한 기준이 되는 쌀 가격을 동결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개정안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앞으로 5년간 약 3조2000억원의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한다"는 것이 이유였다.2015년 쌀 시장의 완전 개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법안이 국내 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특별법'에 대해서도 국회에 재의 요구안을 의결했다.법안이 그대로 공포될 경우 당장 4500억여원에 달하는 추가 재정이 소요되는 데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받은 각종 조세,부담금에 대한 환급 요구가 잇따를 것이라는 게 거부권 행사의 이유다.청와대는 이에 대해 4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에 따른 것일 뿐 국회에 대한 발목잡기는 아니라고 해명했다.청와대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을 목전에 둔 시점이고 국회가 재결의를 통해 법안을 발효시킬 경우 어쩔 수 없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