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인 숭례문 방화 사건의 피의자가 열차 등 대중교통수단을 대상으로 한 테러도 생각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11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합동수사본부는 전날 강화도 화점면에서 긴급체포한 용의자 채모(70)씨를 상대로 밤샘조사 중에 "피의자가 열차 전복 등 대중교통수단을 대상으로 한 테러도 고려했으나 인명피해를 우려해 포기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채씨가 숭례문을 방화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불을 질러도 인명 피해 우려가 적고 접근이 쉬웠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채씨는 당초 서울 종묘를 범행 대상으로 고려했으나 낮에는 사람이 많아 큰 피해가 우려되고 밤에는 외부인 출입이 어렵다는 점에서 대신 숭례문을 점찍고 지난해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사전답사를 하는 등 범행을 준비해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조사결과 채씨는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에서 불을 질러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채씨는 1997~1998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자신의 토지가 재개발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 관계기관에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회적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창경궁에 이어 숭례문까지 연속 방화에 나선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경찰은 채씨 집에서 발견된 `오죽하면 이런 일을 하겠는가'라는 제목의 4장짜리 편지에서 토지보상금 문제, 민원 제기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한 서운함, 사회에서 받은 냉대 등의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