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대부분 실측도 작성

역사가 오랜 건축물 가운데 창건 초기의 원형과 재료를 고스란히 간직한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화재에 취약한 목조 건축물은 수리와 중건ㆍ재건을 거듭한 곳이 대부분이다.외국에선 소실 후 성공적인 복원이 문화재의 빛을 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 나라(奈良)와 교토(京都) 지역을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이 빠짐 없이 들르는 명소인 호류지(法隆寺) 금당(金堂)과 긴카쿠지(金閣寺) 주건물인 금각(金閣)이 대표적인 사례다.일본은 한때 화재에 의한 목조 건축물 피해가 한국보다 더 심각했다.호류지 금당은 1949년 1월26일 발생한 화재로 전소되다시피 했고,긴카쿠지 금각은 이듬해 7월2일 방화로 완전히 소실됐다.현재의 건물들은 화재 이후 재건된 건축물이다.

호류지 금당과 긴카쿠지 금각이 명소가 된 것은 화재 이전에 실측된 도면을 바탕으로 원형을 완벽하게 재현했기 때문이다.한국보다 훨씬 일찍 문화재 보호에 나선 일본은 이미 19세기 말에 중요 목조 건축물 대부분의 실측도를 작성했으며,이후에도 정밀성을 보강한 각종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일본은 또 몇 백년 혹은 1000년 이전에 소실된 건축유산의 복원도 추진해왔다.나라에 있는 고대 궁성 유적인 평성궁(平城宮)의 남대문인 주작문(朱雀門)은 일찌감치 복원됐고,그 중심 건물인 태극전(太極殿)도 한창 복원이 진행 중이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도심에 있는 마거릿 미첼(1900~1949) 집필실인 '미첼 하우스'도 전면 복원된 건물이다.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불과 40일 앞두고 방화로 소실됐으나 이듬해 5월 원래 모습으로 재건돼 다시 문을 열었다.중국이 자랑하는 목조 건축물 중 문화혁명 이후 다시 지은 것이 많다.

문제는 복원된 건축물에 대한 가치 평가다.여전히 문화재로 볼 것인지,새로운 현대의 건축물로 볼 것인지가 논란거리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