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1호 숭례문 잿더미] 풀리지 않는 3대 미스터리… 왜 못 껐나
임진왜란과 6ㆍ25전쟁의 국란속에서도 보존됐던 국보1호 숭례문이 11일 전소된 이유와 전문가 소행,발화지점 등에 대한 3대 미스터리가 제기되고 있다.

20층 높이까지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갖춘 첨단 소방차 등 88대가 총출동하고도 숭례문 붕괴를 5시간 동안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 일색이다.

시장골목처럼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할 악조건도 아니었고 사방에서 불길을 공격할 수 있었는 데도 전소와 붕괴가 일어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11일 오후 경찰화재감식반이 숭례문 내부에 들어가 전소된 이유와 화재원인,발화지점 분석에 들어갔지만 결과가 나오려면 2~3일은 더 걸릴 전망이다.

1. 왜 못 껐나

안쪽에 들어가 소방호수 댔다면 조기진화 됐을 수도…


목격자들과 현장에 처음 도착했던 소방관 등에 따르면 숭례문은 단일 건축물이었지만 불을 끄기가 다른 건물보다 어려웠다고 한다.

유리창이라면 외부에서 깬 뒤 물을 뿌릴 수 있으나 견고한 나무와 방수처리로 완전 밀폐된 내부에서 발생한 불을 외부에서 끄기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안쪽으로 침투해 소방호수를 들이댔다면 조기진화도 가능했을 것이란 얘기다.

불이 적심에 붙었을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심은 천장과 지붕 사이에 위치한 소나무 재질의 구조물이다. 불은 적심과 밀폐된 내부를 서서히 태우다 최악의 상황에서 불이 폭발하듯 본격적으로 일었다는 것.소방본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불은 기둥이나 벽면을 타고 올라가서 지붕에 붙게 된다"며 "이번에는 기와 밑 강화다짐과 회벽바름 사이에 있는 적심에서 불이 나 아무리 물을 뿌려도 발화 지점까지 물이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발화지점이 적심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이 맞는지는 감식반의 정밀분석이 나와봐야 확인될 수 있다.

2.전문가소행?

라이터 2개 발견…2층으로 통하는 문 방화범이 알고 있어

화재발생 이틀째가 되자 단순방화가 아니라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50대 남자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는 목격자들의 진술과 등에 백을 짊어지고 있었던 점,숭례문 2층까지 올라가 불을 지른 점 등을 볼 때 노숙자에 의한 단순방화가 아닐 수 있다는 것.

특히 방화의 경우 대개 1층에 불씨를 만들어 놓고 급히 도망가기 일쑤지만 범인은 2층으로 통하는 문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층 문은 1층 밑에서 사다리를 놓고 위로 손을 뻗어 열도록 돼 있는데 범인이 정확하게 2층까지 올라갔다.

화재 발생 당시 소방관들은 2층에서 라이터 2개가 발견됐다고 말해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3. 발화지점은?

전문가들 "2층서 불" 내부 목재 태운 뒤 번졌을 가능성도

화재감식 전문가들은 불이 난 곳을 2층 지붕 안쪽으로 보고 있다.

적심이 발화지점이라는 것.목격자들도 2층 지붕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적심은 숭례문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불이 붙어도 바깥에서 볼 때 화재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알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방관들이 진화됐다고 보고 물뿌리기를 한때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적심에선 불이 꺼지지 않은채 연기가 났고 물이 기화되면서 발생한 짙은 연기로 적심 내부 불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내부에 쌓여있던 여러 목재문화재에 불이 붙은 뒤 타고 올라갔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50대 남자가 들어간 뒤 1~2분 만에 불꽃이 일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보면 적심에 바로 불이 붙기 전 다른 곳에서 불이 시작됐을 수도 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국보1호 숭례문 잿더미] 풀리지 않는 3대 미스터리… 왜 못 껐나
[국보1호 숭례문 잿더미] 풀리지 않는 3대 미스터리… 왜 못 껐나
[국보1호 숭례문 잿더미] 풀리지 않는 3대 미스터리… 왜 못 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