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노들의 교과서''남성 무용수 전성시대를 연 인물'.

발레리노 이원국씨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최근에는 그의 이름 뒤에 새로운 별칭이 하나 더 붙었다.

'한국의 최고령 주역 발레리노'.

올해 41세인 그는 '발레계의 환갑'이라는 불혹을 넘긴 지금도 '호두까기 인형' 등 전막발레의 주역으로 활동한다.

3월20~23일에는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무대에서 발레 '지젤'의 남자주인공 알브레히트 역을 맡는다.

그의 발레 입문은 남들에 비해 한참 늦었다.

부산에서 공고를 다닐 때까지 발레를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러다 고3 때 동네의 발레 교습소를 처음 찾았다.

'끈기를 기르라'는 어머니의 권유 때문이었다.

이후 그는 타고난 연기력과 신체적 조건,넘치는 에너지로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됐고 러시아 키로프발레단과 루마니아 부큐레슈티 국립발레단 객원주역을 거쳐 1996년 국립발레단 수석단원이 됐다.

2000년 문화관광부 선정 젊은 예술가상과 2001년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 베스트 파트너상도 받았다.

이씨는 '40대 현역'의 비결에 대해 "팔할이 젊은 시절부터 닦아놓은 기초 체력 덕분"이라고 말한다.

상대 발레리나를 들어올리면서도 내면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은 테크닉보다 체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틈만 나면 바닷가 모래밭에서 자신이 개발한 독특한 동작으로 점프 연습에 몰두한다.

'모래밭 강훈'을 하고 나서 무대에 서면 그만큼 몸이 가벼워진다.

다리와 발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발끝으로 몸을 들어올리는 동작인 '를르베'도 하루에 1000번씩 연습한다.

"루마니아에서 활동하던 시절에는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바닷가에서 연습했습니다.

이상한 동작을 반복하는 동양인 이야기를 온마을 사람들이 다 알 정도였죠."

하지만 체력만 좋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최고의 발레리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체력을 효과적으로 분배하는 노련미까지 갖췄으니 '양 날개'를 겸비한 것.

그는 2004년부터 '이원국 발레단'을 운영하고 있다.

클래식에서 모던발레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였고,해설이 있는 발레 공연도 기획해 발레 대중화에 앞장서왔다.

그동안 발레단을 그만두면 학원강사가 되거나 아예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발레리노들에게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인 것이다.

그는 "앞으로 발레 관객층을 넓히는 게 가장 큰 과제"라며 "잠재 관객을 발굴하기 위해 어린이를 위한 레퍼토리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